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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r 10. 2023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고미숙 지음/프런티어

  -외로울 땐 독서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이 시대의 청년 백수들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를 한 저자는, 조선시대의 ‘청년 연암’의 삶을 조명하며, 청년 백수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한다. 그녀는 그들에게 노동(일), 관계, 여행 그리고 공부에 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저자의 유쾌한 입담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은 책.


 나는 청년이 아니라 노년에 접어든, 백수 아닌 전업주부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백수와 엇비슷한 처지이기도 해서 저자의 충고에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여러 주제들이 흥미로웠지만, 특히 내게 인상적인 내용들만 몇 가지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청년 백수는 그야말로 타임 ‘슈퍼 리치’다. 모두가 바쁘다고 동동거릴 때 한없이 여우를 즐길 수 있는 몹시 ‘고귀한’ 존재다. 시간이 많다는 것 삶의 스텝을 세밀하게 클로즈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계절의 변화를 깊이 음미한다거나 도시의 곳곳을 탐사한다거나 마음의 흐름을 잘 살핀다거나 하는 일들. 가족이건 친구건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변화들을 깊이 되새겨볼 수도 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신체적 공감력이 대폭 확장될 것이다. 동시에 인생과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된다. (74쪽)


 -나 역시 ‘타임 리치’다. 슈퍼 리치까지는 아니지만. 내 주변의 환경과 관계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진다면 일상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 같다. 새로운 변화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도 때로는 삶의 활력이 된다.



 여행이란 낯선 풍경과 낯선 존재들과의 마주침이다. 한마디로 나를 떠나 타자에게로 가는 행위다. (176쪽)


 여행은 관념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몸으로, 발로 움직여야 한다(...) 익숙한 것을 떠난다는 건 닫혀 있던 신체적 감각을 일깨우는 것, 다시 말해 감각의 배치와 분포도를 바꾸는 것임을 환기하라. 그래서 미각과 시각에 탐닉해서는 곤란하다. 미각과 시각에서 청각과 촉각, 후각 등으로의 전환 혹은 확장, 여행의 성패는 거기에 달려 있다. 그래야 사건과 스토리를 창안할 수 있으므로.(187쪽)


-요즘 여행이 맛집 찾아다니기나 사진 찍기에만 치우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행은 그런 외적인 만족보다는 내적인 어떤 변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낯선 것들과의 조우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여행의 참맛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인, ‘관찰과 기록’을  강조했다.


1. ‘관찰하라!’ 풍경이건 기술이건 사람이건,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다 호기심을 야기한다.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자 비전이다. 바다의 심연에서 저 하늘의 별까지 앎의 영역에 포함되는 건 이 호기심이라는 본능 때문이다. 호기심이 살아 움직이려면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아야 한다.(187쪽)


2. ‘기록’이다. 인생도 무상하지만, 여행지에선 무상함이 가속화된다. 나도 움직이고, 마주치는 대상도 움직이고, 그에 따라 감각과 마음도 무상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이 절실하다. 사진도 기록의 하나지만 더 중요한 건 언어다. 언어는 파동이다. 순식간에 흘러 왔다 순식간에 흘러가는 탓에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188쪽)


-여행지에서의 ‘관찰’과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관찰과 기록이 없다면 여행의 의미는 금방 소멸되어 버릴 것이다.

 삶은 출렁이는 파도와 같다. 그 위에서 파도타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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