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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r 19. 2023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백혜선 지음/다산북스

  -외로울 땐 독서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인생수업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자서전.

 내게는, 그녀의 삶에 대한 내밀한 일기 같은 이야기로 읽혔다.

 백혜선은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의 성적으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그런 만큼 그녀의 삶은 화려함 그 자체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책 제목처럼, 그녀는 무수한 좌절을 겪었다.

 바깥에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그녀의 실제 삶에서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있었다. 그녀의 삶을 통해, 결국 그런 노력과 고통이 멋진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혜선은 연주자로 살아오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을, 책에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그녀는 피아니스트의 삶을 살았지만, 그녀의 삶의 태도는 읽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전적인 에세이에서 느낄 수 있는 미덕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책.



 무궁무진한 반복은 완전무결한 결과를 넘어 자유화된 표현으로까지 나아간다. 연습과 연마의 끝에는 표현을  내 뜻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자유가 찾아온다. 이 음악을 어떻게 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음악 자체가 된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연주자는 무대에서 이 자유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자유로워져야 한다. (67쪽)


-연주자로서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는 대목. 모든 삶에서 이런 치열함이 있다면 그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의 음악 인생은 또 하나, 삶이란 죽는 날까지 자신을 계발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기 자신을 인간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조금씩 계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가라면 끝없이 음악을 연습하고 연마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길이다. (145쪽)


-죽을 때까지 자신을 계발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라는 것. 살아 있는 동안 ‘더 나은 나’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안온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도 어느 순간 이것이 정녕 나의 삶인가 하고 느낄 때면, 그 각성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안온한 일상에 가려진 내 삶의 무언가가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해야 한다. 이 편안한 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불안에 몸을 던지더라도 성실하게 내 삶을 실험할 것인지.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모른다. 어쩌면 상당히 고단한 책임이 뒤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여기가 종착역’이라면서 눌러앉지 말기를, 아무리 좋은 곳일지라도 그곳을 잠시 머무르는 정차역이나 환승역이라 여기기를 나 스스로에게 당부하려 한다. (246쪽)


-안온한 일상 속에 안주하지 말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일과 다름없다. 일상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데에 게을러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서전을 읽을 때의 미덕은 타인의 삶을 통해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볼 수 있고, 또 그 삶이 결국은 나의 삶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준다는 것이다.

 결국 독서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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