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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pr 05. 2023

부활/톨스토이/동서문화사

 -외로울 땐 독서




 『부활』은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와 더불어 톨스토이 3대 작품으로 꼽힌다. 톨스토이가 친구 법률가인 코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쓴 작품.


젊은 귀족인 네플류도프는 여 지주인 고모 이바노브나 집에 갔다가 하녀인 카튜사를 보고 반한다. 그는 그녀를 유혹해서 임신까지 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약간의 돈을 주고 떠났다. 그 이후에 그는 카튜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카튜사는 그에게 영영 잊힌 사람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네플류도프는 배심원으로 출정한 법원에서 살인절도 혐의를 받게 된 카투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네플류도프는 카튜사가 자기 때문에 타락의 길에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잘못을 몹시 괴로워하고 뉘우친다.

 네플류도프는 카튜사가 무죄 선고를 받도록 노력하면서 속죄의 의미로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카튜사는 그와 결혼하기를 거부하고 감옥에서 만난 국사범 시몬손과 결혼하겠다고 한다.



 네플류도프는 카튜사를 구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하층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당시 사회조직과 법률의 허점, 그리고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며 자기 영혼의 부활이라는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된다.



 『부활』의 역자인 이동헌은, 톨스토이 3대 작품 중에서는 이 작품이 격이 좀 떨어진다고 했다.

 주인공 네플류도프에게 톨스토이의 사상과 이념을 지나치게 이입해서 캐릭터의 생생함이 손상되었다고 했다. 즉 네플류도프를 톨스토이의 대역인형처럼 만들어버렸다는 거였다.

 톨스토이는 친구인 코니에게서 들은 얘기에서 자기 과거를 떠올리며 소설을 쓰게 되었고, 그 자신의 생각을 네플류도프에게 많이 이입했던 것 같다.


 톨스토이는 죽기 직전 자신의 전기 작가인 비류코프에게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고 한다.


 “자네는 나에 대해 좋게만 쓰는데 그것은 정당하지 않은 일일세. 나의 나쁜 면도 써야 하네. 젊었을 때 나는 무척 방탕한 생활로 보낸 적이 있는데, 당시 생활에서 특히 두 가지 사건이 지금도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네. 이제 나는 내 전기 작가인 자네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자네가 내 전기 속에 그것을 써주기를 바라네.”


 

그는 결혼 전에 가졌던 소작인 여자와의 관계를 고백했고, 또 작은 어머니 댁의 ‘가샤’라는 하녀를 건드려서 그녀의 삶을 망치게 했다고 했다.


 결국 작가의 경험이 작품 속에서 많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창작 행위 속에는 작가의 경험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활』은 네플류도프와 카튜사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국가·사회·종교·체제를 비판한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상류사회 사람들과 하층민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데, 그들에 대한 심리 묘사가 굉장히 섬세해서 마치 영화 속의 움직이는 인물들을 보고 있는 듯 생생했다.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그리스 정교를 비판했다가 1901년 종무부에서 파면당했다.



 작품 속에서 톨스토이가 인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서 옮겨본다.



 세상에 가장 널리 알려진 미신 중 하나는,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선인, 악인, 현명한 자, 어리석은 자, 활동적인 자, 무기력한 자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단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저 남자는 악할 때보다 착할 때가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현명할 때가 많다든가, 무기력할 때보다 활동적일 때가 많다는 식으로, 혹은 그 반대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을 가리켜 선량하다든가 영리하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악인이라든가 바보라는 식으로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구별한다. 이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사람은 강과 같은 것이다. 어느 강이나 물인 것에는 변함이 없고 어디를 가도 똑같지만 각각의 강은 좁기도 하고, 물살이 세기도 하고, 넓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차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고, 미지근하기도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저마다 모든 인간성의 싹을 속에 지니고 있는데 어떤 때는 그 일부가, 또 어떤 때는 다른 성질이 외부로 드러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동 하지만 실제로는 변함없는 동일인이 맞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고전을,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완전히 다른 작품을 읽는 것 같았다. 같은 작품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고전이 위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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