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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01. 2023

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줄리 입 윌리엄스

  -외로울 땐 독서



 The Unwinding of the Miracle


- 삶과 죽음, 그 후에 오는 것들


 줄리 입 윌리엄스는 1976년 베트남에서 선천성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녀의 할머니는 손녀가 힘든 인생을 살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살아남았다.

 그녀의 가족은 1979년 베트남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수술을 받고 부분적으로 시력을 회복했다. 그녀는 변호사가 되어 세계적인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멋진 남편을 만나서 두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37살의 나이에 결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5년간의 투병을 했지만 42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줄리는 선천성 백내장을 갖고 태어났다. 그녀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극복하고 하버드대학교 법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자기 삶을 일구어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투병생활, 가족에 대한 애정,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단계를 어떤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썼다. 인간으로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내면의 은밀한 감정까지 숨기지 않고 썼다. 그래서 좀 당황스러운 고백도 있었지만, 사실 우리 내면에는 타인에게 차마 밝힐 수 없는 원초적 감정이 무의식에 깔려있다. 그런 원초적인 감정까지 밝힌 그녀의 솔직함을 존경한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거의 모든 것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글이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랐다.


 그녀는 몇 년 전 다녀온 남극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렇게 말했다.


 남극 대륙에서 나는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했다. 지구의 존재 의미에 대한 진지한 답을 알 것도 같았다. 그런 곳에서는 거창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신’이란 특정 종교가 모시는 신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주관하는 힘, 우리는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영혼으로는 느낄 수 있는 힘, 마치 위대한 시처럼 논리를 벗어나 감정을 압도하는 힘을 의미한다. 그 위대하고 장엄한 풍경 속에서 나는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태양계 내에 있는 작고 파란 행성에서 찰나를 살다 가는 미미하고 작은 생명체일 뿐이었다. (369)






 그녀가 죽음 직전에 독자들에게 남긴 말들을 읽어보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내 삶의 여정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일상의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세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고 확률 따윈 무시하세요. 아들, 딸, 남편,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기세요. 살아가세요, 친구들. 그저 살아가세요. 여행하세요.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세요. (368쪽)





 우리는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의 그림자가 아니라 일견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실은 좁디좁은 한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다 보면 우리를 작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드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무기력함 속에도 인생의 진실이 있다. 그리고 그 진실 속에 인생이 있다. (370쪽)


 그저 살아가라는 말이 왠지 가슴을 흔들었다. 행복이란 어떤 거창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에 있다는 말로 들렸다.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지만, 나는 늘 사소한 문제에 화를 내거나 고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았는가.

 한 인간의 진심 어린 충고에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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