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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ug 03. 2024

말의 선물/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교유서가

  -외로울 땐 독서



저자인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일본의 비평가, 수필가이다.


저자가 ‘말’이라고 한 것의 뜻은, 우리가 흔히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마음속의 말, 즉 ‘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음으로 읽고 쓰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읽는 것, 쓰는 것, 말하는 것에 대해 그의 생각을 피력했다.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은 좀 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서 평범함은 흔히 보는 말이라는 의미지만, 결코 진부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늘 써서 익숙하고 아주 친근한 말이라는 뜻일 뿐이다.(12쪽)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를 다독여주는 말은, 고상하고 현학적인 말이 아니라, 늘 쓰는 ‘익숙하고 아주 친근한 말’이다. 그 말은 진심에서 우러난 말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어디를 찾아봐도 마음의 어둠을 비추는 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더는 밖에서 말을 찾지 말고 스스로 말을 만들면 된다. 뭘 어떻게 쓸지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펜을 들고 종이 앞에 앉는다. 또는 키보드를 끌어당기고 새하얀 화면을 마주한다. 사람은 단지 생각을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써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안다. (43쪽)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좋은 충고라고 생각한다. 일단 써봐야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



살아 있는 책은 사람의 생명에 불을 붙이고, 각각의 인간에 따라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준다는 것이다. 책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다.

음식물을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듯 책도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읽기 쉬운 책만 읽는 것은, 불필요하게 부드러운 음식물만 계속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가 점점 약해져 평범한 음식물도 소화할 수 없게 되듯이, 우리의 정신도 생각하는 힘을 잃고 만다. 지나치게 편식을 하면 몸을 해치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도 빛을 잃는 일이 있다.(51쪽)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책과 음식물의 절묘한 비교가 참 재미있다. 독서나 음식이나 편식은 해로운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책이 정신의 영역을 확대시켜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도 자꾸 읽다 보면 1%라도 알게 될 것이고, 그 1%가 새로운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젠가 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읽을 수 없는 책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쓰인 내용이 아니라 그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읽을 수 없는 책과도 무언의 대화를 계속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비슷하게, 그 존재를 멀리 느끼며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60~61쪽)


-정말 그렇다. 사놓고 책꽂이에 꽂아놓고는 금방 읽지 않게 되는 책들이 가끔 있다. 저자는, 책이 있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그 책에서 영향을 받고 책과 무언의 대화를 계속한다고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느냐고 넌지시 말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런 비유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우리는 ‘안다’고 느끼는 것을 믿을 수는 없다. 뭔가를 믿고 싶다면, 우리는 그것을 다 알려고 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쌓아올려야 하는 것은, 서로 잘 아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깊이 믿는 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상대방을 과도하게 알려고 할 때 신뢰가 무너진다. 알려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면 관계는 점점 엷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관계에는 뭔가 매개가 되는 것이 필요한 듯싶기도 하다.
 모르니까 불안한 것이다. 상대를 조금만 더 알 수 있다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는다는 것은 원래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크게 흔들리며 뭔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지 않을까.(105~106쪽)


 -사람을 안다는 것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의 글.

 심리학에서도 사람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것은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것. 믿는다는 것과 잘 안다는 것은 다르다.

 믿는다는 것은 크게 흔들리며 뭔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 멋진 표현이다.



 읽기가 여행이라는 것을 안다면, 올바른 여행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올바른’ 독서라는 것도 없음을 금세 깨달을 것이다.
 같은 곳을 가도 같은 여행이 없는 것처럼,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독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손에 들어야 하는 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책이 아니다. ‘나’만 읽어낼 수 있는 세계에 단 한 권뿐인 책이다.(124쪽)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모든 책들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또 내게 다 맞는 것도 아니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어놓는, ‘나’만 읽어낼 수 있는, 세계에 단 한 권뿐인 책이 진짜 내 책인 것이다.



 저자가 후기에서 한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쓴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걸 확인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쓸 수 없는 뭔가와 해후하는 행위일 것이다. (142쪽)


 이 책에서 저자가 내게 건네준, 가장 아름다운 ‘말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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