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문 순간들
검은 오디의 추억
그리운 사람 있어 증평에 갔다 늘 바람 불어오는 곳
그 사람, 뽕나무 가지 힘껏 아래로 당겼지 우린 신나게 오디 따서 소쿠리에 담았지 가득가득, 햇살에 반짝이던, 강아지 눈빛같이 새까만, 서로 바라보며 웃으며, 손가락과 입술 까맣게 물들었지
너무 세게 잡았던 걸까 약했던 걸까 뚝 꺾여버리는 가지, 깊은 곳에서 둥둥 울려 퍼지는 소리, 얼굴 일그러지며 그 사람 웅얼거렸어, 타버렸어 새까맣게 타버렸어 그래, 이젠 활활 타오를 거야
검은 동공 속으로 와르르 쏟아지는 씨앗들, 지워지지 않는 시골집 문 앞 절정을 지난 붉은 양귀비꽃들, 바람에 흔들흔들 제 목을 비틀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