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언저리에서

by 푸른 오리


오랜만에 나갔더니

집 앞 관평천

풍성하던 코스모스 밭이

어느새 허허벌판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졌다


하긴 원래 빈 땅에 코스모스 씨를

뿌렸을 터.

그 시작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풍성함만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빈 몸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어느새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

기쁨, 슬픔, 환희, 고통, 집착, 아집

그것이 본래의 내 것인 줄 알고 살았다


나는 어디서 왔고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넓은 빈 들판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겨울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 같지만

어쩌면

겸허함을 깨우쳐 주는

그런 계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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