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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사천이백마흔네번째 어른 날

2020.03.27


지나치게 기분파인 사람을 한 명 안다.


본인의 업무에는 진중해보이지만


또 깊이 들어가보면 구멍이 많은 사람.


어쩌다보니 말 섞을 일이 많아지고


생각정도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주로 듣는 사람이라


마지막에 한 두 마디 하는게 다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나에게 별 이야길 다하곤 했다.


그렇게 지내오다 오늘 점심 시간.


나는 아침마다 늘 샐러드를 사와서 점심으로 먹는다.


생긴 것과 다르게 조용한 시간이 없으면


하루를 견디기가 힘들어져서 굳이 택한 방법이다.


그렇게 오늘도 혼자 퍽이나 편한 점심을 들고 있는데


갑작스레 난입을 당했다.


원채 일 외적으로는 들떠 있는 사람이지만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고 황당하다며


손짓까지 섞어가며 내 시간에 들어왔다.


무언가 나에게 리액션을 바라는 듯했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난 별 대처를 못했고


한바탕 시끄럽게 굴던 그 사람은 자기의 자리로 갔다.


한동안 멍했다.


이런 일방적인 밝음도 폭력이 될 수 있구나 하고 알았다.


나는.


지금.


지극히-


가라앉아 있는 사람.


그 상황을 침범받아 점심을 망쳐버렸다.


우울하고 싶을때 우울하도록 내버려둘 자유.


나는 지금 지극히


그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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