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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Sep 05. 2016

About | 너의 삶을 향한 순간들

It's the beginning of our journey...

3.0 kg 의 아이는 내 안에 있다가 세상으로 향한 첫발을 디뎠고, 나로 인해서 살아가던 그 아이는 어느새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을 잡고 여행을 다니며, 나와 함께 매순간을 나누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아홉살의 꼬마 아가씨는 이번 주말도 부쩍 컸다.  

워킹맘인 나는 항상 아이와 함께 하는 양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질적으로 채워주는 것들에 대한 절박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항상 내가 가진 열정, 내 삶의 경험을 투영해, 지금 내가 삶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 가장 얻고 싶은 것, 가장 배우고 싶은 것, 가장 나누고 싶은 것들을 아이와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노력한다.


이매진컵, 내가 그 반짝이는 청춘들을 만났던 그 짜릿함 그대로. 6년전 처음 이매진컵을 마주하고, 전 세계의 그 멋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반드시 나의 아이가 성장하면 매년 봄과 여름, 아이와 함께 이매진컵에 풍덩 빠져보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렇게 어느새 6년이 지나고, 인솔하던 한국팀들을 위해 꺼내들었던 대형 태극기 위에서 꺄르르 웃어대던 세살박이 아가씨는 어느새 아홉살이 되었고, 올해 드디어 이매진컵 월드파이널을 게스트로 참가하는 가슴 뛰는 첫해를 맞이했다. 아이보다 내가 더 흥분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리라. 아이와 함께 미국 시애틀에 도착한 순간부터, University of Washinton 에서 이매진컵 등록 장소를 찾아가는 그 순간순간들. 그 곳에서 아이가 Guest Pass를 받아들던 그 모든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가슴 뛰는 순간이었던지. 아이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이매진컵 티셔츠를 입고, 이매진컵 네임택을 매고 당당히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아이가 완벽히 영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태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한국 등의 훌륭한 청춘들이 긴 시간 애써온 프로젝트들을 보고 들으며, 직접 쇼케이스 부쓰에서 체험까지 하면서 부쩍 커버린듯한 아이의 모습에 내 어깨가 들썩였다.


OneWeek,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뜨거운 여름 일주일간 그동안 개발해오던 또는 하고 싶었던 개인 프로젝트들을 꺼내들어 함께 만들어 공유하는 해커톤. 본사에서만 진행되어서 직접 그 흥분감을 느껴보지 못해 아쉬웠던 나는 이번 여행길에 내 아이와 함께 그 흥분의 공간과 시간을 접해보기로 했다. 6년째 본사를 가보았지만, 이렇게 흥분감이 가득한 캠퍼스는 처음이었다. 나의 조직의 성숙도와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공간 속에 오롯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나의 아이가 함께 그 순간을 느낀다는 것은 내게 더할나위 없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일을 하는 순간이 어떻게 즐거움, 열정 등의 단어들과 결합되는지를 실제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나를 뜨겁게 달구었던 원인이었다. 이십년쯤 후 아이가 어느 조직인가에 소속되어 또는 그 조직을 만드는 장본인이 되어 그 조직을 이끌어갈 때 이 순간이 기억나길, 이 공간과 시간속의 사람들의 그 흥분감이, 그 열정이,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나길 희망했다.


올 여름 휴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있고 싶은 공간들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획된 곳들이, 구글, 페이스북, 스탠포드 대학교를 가보는 것.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삶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의 Levis Stadium의 축구경기, AT&T Park의 메이져리그 야구경기 그리고 금문교, 소살리토 자전거 여행, 그리고 조금 멀리 요세미티의 숲속 생활까지. 이 휴가의 루트를 짜면서,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나와 아이 둘 모두를 위한 여행이 되길 기대하며, 철저히 그 공간과 시간속의 삶의 중심에 서있어 보려고 했다. 에어비앤비로 빌린 집에, 렌트카에, Safeway에서 장을 보며 매일 저녁을 집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그 삶 자체가, 잠시 그 곳에서 나와 아이가 정말 그 삶의 한 장면안에 들어있던 사람들인 것마냥. 그렇게 살아보았다. 나는 회사를 들어가기전까지 한번도 한국을 떠나본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아! 중학교 1학년때 아빠가 홀로 일하고 계셨던 일본에 놀러갔던 3박4일을 제외하고는) 내 삶의 한 부분 조금 더 낯설은 곳에서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도전받으며 그 긴장감을 즐기는 내 나라 밖의 삶을,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선물해보고 싶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서는 그 대학의 서점에 가서, 교과서를 빌리는 가장 아래층에 내려가서 아이와 함께 이 학교 학생들은 어떤 책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마치 우리가 그 학교 신입생이라도 된냥, 이 책 저 책 들춰가며 그 곳의 꿉꿉한 책냄새를 즐겼다.


요세미티에서는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내일 숲속의 호숫가에서 수영할 계획을 얘기하며 꺄르르 꺄르르.


금문교를 둘이 함께 타는 자전거로 숨이 가쁘게 타고 올라가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함께 발을 구르는 그 두명 타는 무거운 자전거에 온 마음을 다 주었다. 구름 속을 달려가던 그 순간을 여행을 다녀오고도 수십번을 이야기하는 아이와 함께 온전히 그 기억을 붙잡고, 오르던 그 곳에서 소리치며 내려오며 좋았던 소살리토의 마을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느낌 그대로. 그 순간 그대로를 자꾸자꾸 되내이고 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막바지 여름 뜨거웠던 캠핑들.

그리고는 에버랜드 동물 사랑단 캠프.

그리고는 이번주 전국의 선생님들과 함께 해야 하는 엄마의 워크샵에서, 레고 스토리텔링도 함께 하고, 딧식 보드게임으로 마음 들여다보기, 드론 날리기, 물수제비 뜨기, 서동요에 나오는 그 "마" 음식 먹기, 풍등 날리기 등을 오롯이 모두 함께 했다.


지난 주 서점에서 나는 학생생활기록부, 학생부 전형, 소논문 쓰기 이런 제목의 책들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아이에게 주어진 동일한 시간에, 보다 도움이 되는 경험을 주는게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문득 그 책들에 쓰여있던 공식들이 생각이 났다. 독서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고, 대외활동들을 적으면 안되고, 교내 활동 중심으로 가득 채워야 하고, 리더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학교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등. 공식처럼 되어 있던 그 글들을 읽으며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이런걸 겨냥해야겠구나 하면서 생각했던 몇 장표들이 기억에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왜 그 순간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까, 왜 형광펜으로 하일라이트를 쳤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이의 종착역을 "대학"으로 두고 있었던 것인가.

내가 선물할 수 있는 경험의 순간을 "대학 가기"의 전제 조건들을 빈칸 채우듯 채워주기 위해 재단하려 했던가.

부모됨이 무엇이었던가. 내가 이 아이가 내 안에서 나와 세상을 향해 첫 소리를 내었을때, 그 손가락, 발가락의 꼬물거림을 보며 이 아이가 웃는 것을 배우고, 우는 것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고 할때 과연 그 순간들을 나는 "대학가기"를 위한 조건으로 바라보았던가.

나는 아이의 삶을 온연히 지지하고, 응원하고, 때론 이끌어주기도, 그렇게 아이가 그 삶을 사는 평생을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바라봐 주어야 하는 엄마이다.


내가 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는 모든 순간들은 이 아이의 "삶"을 향하도록.

나보다 나은 어른이 되는 모습을 기대하며, 지켜보며, 그렇게 함께 우리 삶을 함께 살아가기로.

오늘 밤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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