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ia Oct 26. 2016

감정의 원천

(밀린 월세 납세중입니다)

요즘 마인드 컨트롤. 마음을 통제하기 위한 생각을 많이 한다.
심적으로 어려운 일들의 가운데 놓여,
종교에 기대보기도 하고,
친구들에 기대보기도 하고,
술에 기대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감정의 원천이 어딘지 후벼파고 있는 학구적인 나를 발견했다.

나의 이 감정, 현재의 이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우선, 얕은 심리학적 지식을 활용하자면, 이는 기질과 성격에서 온 탓이 있다.
기질이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성질을 말 하는데, 나는 타고나게 소심하다.
그리고, 후천적•환경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적으로는 매우 세심하다.
소심+세심. 그래서 나는 매우 불안했고, 불행했다.

두 번째로, 전공 성향의 탓이 있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미술을 곁에 두고 자라, 결국 예능을 전공했던 나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논리적인 이해는 다음 챕터로 넘겨두고, 늘 나의 감정과 느낌에 집중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더라. ‘내 감정’을 100pt로 써 놓으니, 종이에 여백이 남질 않아 다른 일도, 다른 생각도 할 공간이 없었다.

세 번째로, 한가한 육신의 탓이 있다.
앉아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 그렇게 살아가는 나는 사색할 시간도, 따라서 나를 힘들게 만드는 ‘생각’에 빠져, 때와 장소 없이 눈물을 흘리는 시간도 차암 많았다. 향유함을 즐겨도 이런 감정에 대한 향유는, 나를 더없이 갉아 먹었고, 나의 알맹이에 트라우마들만 남겼다.

이 연구의 개인적으로 유의한 결론은, 바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마음’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질과 성격적으로 불안한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로 하루를 빼곡하게 채우고, 스스로를 불안함의 늪에 퐁당 집어넣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역지사지를 떠올리고, 다른 의견을 나에게 제시하면서 ‘별 것 아닌 일’ 또는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내 마음에 위로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매우 힘들고 어려웠지만, 슬프고 아픈 감정에서 나를 끄집어낼 수 있게 해주었고, 점차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도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생각’을 한다는 것. 이것은 인류가 가진 최대의 특혜이자 재앙일 수 있을 것 같다. 세상만사 기쁨과 슬픔, 발전과 타락이 모두 생각이란 씨앗에서 자라났으니. 나는 이제 고운 생각들로, 나를 채워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치의 기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