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 든 응모권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한별 제과 50주년 이벤트 응모권-
스크레치 부분을 동전으로 긁어 당첨을 확인하세요!-
“푸흡!”
난데없이 튀어나온 응모권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귀여운 할머니가 떠올라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게 얼마 만에 웃어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긁어 볼까?”
주머니를 뒤적이니 마침 100원짜리 동전이 손에 잡혔다.
벤치에 응모권을 펼쳐놓고 스크레치 부분을 동전으로 긁자 점점 글씨가 나타났다.
한별 제과 빌딩 ‘드림 시티’의 <대관람차 탑승교환권>
“이건 또 뭐야? 대관람차 탑승권이라니!”
‘드림시티’라면 집에서 멀지 않은 무원동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였다. 한별 제과 본사와 붙어있는 그곳의 대관람차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였고 친구들과도 가끔 놀러 갔던 곳이다.
“대관람차라…….”
사실, 나는 대관람차 타는 걸 참 좋아한다. 하늘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멋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응모권의 유효기간이 눈에 띄었다.
5월 4일? 휴대전화를 꺼내 액정의 날짜와 응모권을 번갈아 보았다.
“어? 이거 오늘까지잖아?”
응모권을 쥐고 있던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나는 무슨 의욕인지 모르게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공원 앞 지하철 입구로 향했다.
지하철로 세 개의 역만 가면 대관람차가 있는 무원역에 갈 수가 있다. 이상하리만치 내 발걸음은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무원역에 내려 한별 제과 빌딩이 있는 3번 출구로 나갔다.
주말에 사람들이 붐비는 출구는 쇼핑센터 연결되어 있어 대관람차 타는 곳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갈 수 있었다.
이윽고 대관람차 탑승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휘잉’하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바람이 뺨을 가볍게 스쳤다.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도 풍겨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에 이끌리 듯 나는 매표소로 향해 손에 쥐고 있던 탑승권을 내밀었다.
“저, 이 응모권 당첨이 되어서요.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던데 대관람차를 탈 수 있나요?”
매표소 부스 안에 앉아있던 직원은 나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스탬프를 응모권에 한번, 탑승권에 한번, 능숙하게 찍고는 표를 내 쪽으로 내밀며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올 때 이 티켓 잘 보관하세요.”
“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지만 티켓을 받아 들고 탑승구로 향했다.
탑승구에는 또 다른 직원이 있었다. 티켓을 내밀었더니 티켓의 바코드를 리더기로 삑하고 찍었다. 확인을 마치고 티켓을 다시 주머니에 잘 넣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내 앞에 초록색 칸의 대관람차 문이 열렸다.
“자, 탑승하세요.”
직원이 문을 열고 내 팔을 잡아 주어 그 안으로 잽싸게 올라탔다.
무게에 살짝 흔들거려 얼른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철컹’
문이 닫히고 대관람차는 천천히 위로 움직였다.
창밖을 내다보니 저 멀리 빌딩들이 점점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자동차들은 질서 있게 그은 선 위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여기서 보니 참 작은 세상이구나.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도 개미처럼 보이겠지?’
조금씩 멀어지는 작은 세상을 바라보니 뭉치와 자주 가던 곳들이 하나씩 보였다.
뭉치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한강의 잔디공원, 가족들과 함께 가던 애견 카페, 뭉치를 데리고 치료받으러 다니던 동물 병원.
모든 곳이 뭉치와 함께했던 장소들만 눈에 들어왔다. ‘뭉치야, 모든 건 그대로인데 왜 너만 없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