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간여행자 Oct 19. 2024

의문의 할머니

뭉치가 떠나고 한 달 정도가 흐른 주말 오후. 

나는 뭉치와 거의 매일 산책하던 집 앞 공원의 벤치에 나와서 음악을 들으며 멍하게 앉아있었다. 이어폰에서는 익숙한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이 나오고 있었다. 

‘이 노래도 뭉치가 참 좋아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는 풍경이 느린 화면처럼 흘러갔다. 또 코끝이 시큰해져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오늘따라 몽실몽실한 구름이 뭉치의 하얀 털 같아 결국 눈물이 흘렀다. 그때, 내 옆에 한 할머니가 다가와 앉았다.

“아가, 뭐 듣고 있니?” 

나는 말을 걸어오는 쪽을 서둘러 눈물을 닦으며 보았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 할머니는 귀를 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주춤하다가 이어폰을 주섬주섬 빼며 대답했다.

“아, 네. 좋아하는 음악 들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어째 얼굴이 슬퍼 보이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니?”

“네. 그냥…….”

나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었다. 

더 말하다가는 겨우 참고 있던 울음이 왈칵 터져 버릴 것 같아서였다. 

자리를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앉아있었다. 

할머니는 더 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자, 이거 먹으련?”

내가 좋아하는 캐러멜이었다. 

“아, 아니 저, 괜찮은데…….”

“아가, 괜찮아. 나쁜 할미 아니니 받아도 된단다.”

할머니는 생긋 웃으며 받지 않고 망설이는 내 손을 끌어다가 캐러멜 상자를 꼭 쥐여 주었다. 유난히 폭신하고 따뜻한 손.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제대로 보았다. 

할머니는 마치 포메라니안을 닮은 귀여운 얼굴에 부드럽고 인자한 목소리였다. 

어느 만화의 캐릭터를 닮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낯선 사람이 주는 걸 이렇게 받아도 되나 얼어붙어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할머니는 어느새 공원 어귀 쪽으로 금세 사라졌다. 

‘무슨 걸음이 저렇게 빠르지?’

조금 멍해져서 할머니가 주고 간 캐러멜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겉에 비닐이 싸여 있는 새것이었다. 

나는 어느새 비닐을 뜯어 상자 입구를 열고 있었다.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캐러멜 상자를 열자 안에서 무언가 빼꼼히 보였다. 

“어? 이건 뭐지?”그 안에 작은 종이를 꺼내 보니 그건 스크레치 응모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