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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Sep 21. 2024

닫혀버린 마음

나는 뭉치에게 참 많은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유치원 때 장난꾸러기 은성이가 짓궂게 나를 괴롭혔을 때, 그애가 아끼던 미니카를 유치원 담장 벽돌 사이에 숨겨 복수한 일, 엄마랑 하루에 하나만 먹기로 한 캐러멜을 몇 개나 몰래 더 먹었던 일, 3학년에 올라와서 박민재를 좋아하게 된 비밀, 그리고 절친 해연이랑 다투고서 뭉치에게 해연이 흉봤던 일. 

그 밖에도 정말 수많은 일을 뭉치에게 시시콜콜 고해바쳤다. 

뭉치는 마음을 다 알아주는 나의 고민 상담사였다. 

내가 울고 있으면 눈물을 핥아 주기도 하고, 화가 나서 씩씩대고 있으면 품속으로 파고들어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통통 볼처럼 뛰며 함께 기뻐해 준 나의 분신이었다. 


“뭉치야…….”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뭉치가 있던 자리에 몇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뭉치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하얗게 연기처럼 사라졌다. 

뭉치의 밥그릇이 놓여 있던 자리, 뭉치의 냄새가 배 있는 쿠션, 지금도 이름을 부르면 분홍색 혀를 내밀고 귀를 팔랑이며 뛰어나와 폭 안길 것만 같았다. 

뭉치가 하늘로 떠난 후, 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조차 너무 힘들었다. 


“미나야, 우리 학교 끝나고 이 앞에 새로 생긴 캐릭터 카페 가자!”

친한 친구인 보라와 혜연이는 우울한 내 기분을 풀어 주려고 말을 걸어 왔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나를 내버려 두었으면 했다. 

누구든 말을 걸어와도 난 힘을 낼 수가 없어 겨우 대답하는 게 다였다.  

그냥 모든 게 다 싫어졌다. 

점점 마음속에 어두운 동굴이 생겼다. 

그 동굴 안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듯 외롭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뭉치야…. 너무 보고 싶어.”


하루아침에 이렇게 없어질 수도 있다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니,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정말 뭉치가 없어진 존재가 될 지도 몰랐다.


학교에서 돌아오며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으려 식탁에 앉아서도, 수업 시간 중에도 느닷없이 울컥하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나를 보며 엄마, 아빠는 걱정으로 한숨이 늘어갔다. 

나도 안다. 

엄마, 아빠도 뭉치가 떠나 슬프다는걸. 그렇지만 내 마음을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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