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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Sep 21. 2024

무지개 다리

쌕쌕하는 힘겨운 숨소리. 

너무 울어서 시리고 부은 눈꺼풀을 힘겹게 뜨고 나는 거실 한편을 바라보았다. 

폭신한 하얀 쿠션 위에 하얀 솜사탕처럼 보이는 ‘뭉치’. 

그 아이의 숨은 점점 얕아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그저 지켜만 봐야 한다니, 마음이 괴로웠다. 

밤이 새도록 엄마, 아빠와 함께 나도 뭉치 곁을 지키며 울다가 지쳐 잠들기를 반복했다.


“미나야, 뭉치는 엄마, 아빠가 돌볼 테니까 방에 들어가서 좀 자렴.”

“으응…. 아니예요. 나도 뭉치 곁에 있을래요. 뭉치가 눈을 뜰지도 모르잖아요.”


나는 자꾸 내려않는 눈꺼풀에 힘을 주며 소파에 웅크렸다. 그렇지만 점점 약해지는 숨소리 끝에 결국 뭉치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무지개다리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 걸까? 춥지는 않을까? 배고프지는 않을까? 

그곳에서는 뭉치가 다시 건강해져서 예전처럼 뛰어놀 수 있을까? 

나는 뭉치가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뭉치는 비숑 믹스견이었다. 

엄마는 결혼하기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보호소에 막 들어와 아직 아기였던 뭉치에게 홀딱 반했다고 했다. 동글동글 귀여운 뭉치는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솜뭉치 한 덩이가 폴폴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엄마는 그 애를 처음 보자마자 ‘뭉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엄마는 뭉치를 입양하여 함께 살게 되었고 그 후에 아빠를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우리 넷은 한 가족이 되었다. 뭉치는 늘 함께 있는 게 당연한 존재.


하얀 뭉치가 나를 향해 뛰어와 안기면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녀석이 뛰어와서 꼬리를 흔들고 곁에서 촐랑대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눈처럼 녹아 버리는 것만 같았다. 뭉치는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족이다. 


뭉치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내 침대의 밑에서 자고, 내가 걸음마를 배울 때도 보호자처럼 늘 옆에서 따라다녔다고 한다. 마치 나를 경호라도 하는 듯 신기했다고......


그러던 뭉치는 점점 나이가 들어 몇 해 전부터 뛰는 것도 점점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에 심장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해봤지만 결국 뭉치는 우리의 곁을 떠났다. 

늘 내 옆에서 함께 숨 쉬고 모든 것을 나누던 존재가 이제는 세상에 없다. 

혹시 누군가 뭉치를 숨긴 채 지독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밖은 어느새 붉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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