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타이완 타이페이

by 시간여행자

타이페이 어느 조용하고 작은 동네에 독특한 카페가 있다.

당신에게는 이제 필요 없는 물건을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있는 그런 곳.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이야기다. 주인공 두얼은 어느 날 이모에게 카페를 물려받게 되고 동생과 함께 시작하게 된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배경 카페의 실제 모습


두얼은 개업식 답례품으로 준비한 칼라꽃이 있으니 행사에 올 친구들에게 꽃과 각자의 물건들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친구들은 다양한 물건들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막상 카페에 필요 없는 물건들이 쌓이게 되자 다시 손님들과 물물 교환을 하게 되면서 독특한 카페로 점점 유명세를 타게 된다.


오후의 타이페이 거리

11월의 타이페이 날씨는 비가 약간 오락가락했지만 대체로 햇살이 밝은 날들이었다.

나는 시내가 환히 내다 뵈는 전철을 타고 두얼의 카페가 자리 잡은 <푸진지에>라는 동네로 향했다. 조용하지만 세련됨이 느껴지는 곳.


영화 속 <두얼 카페>는 실제 이름은 다르게 운영하고 있었지만 푸른색의 카페 출입문, 내부 한쪽에 커다란 나무 그림 벽화, 중앙에 둘러앉을 수 있는 커피 바 그리고 테이블 배치까지 온전히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상큼한 단발머리의 두얼이 환하게 인사할 것만 같다. 나는 볕이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 공간에서 저마다의 마음속 가치로 피어나던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에클레어…

이곳에서 내가 가진 무엇을 교환할 수 있을까?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실제 배경이 된

푸진지에는 <두얼 카페>뿐 아니라 아담하고 세련된 가게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어 느긋하게 걸으며

구경하기 좋다. 그곳 어느 가게에서 <펑리수>라는 대만 과자를 사서 한입 베어 문다. 부드럽고 달콤한 파인애플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후의 길을 걷는다.


<화산 1914 창의 문화원구>의 저녁

대만 여행에선 어쩌면 시끌벅적한 야시장을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다녀 보면 문화 공간들이 참으로 잘 가꾸어져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만에서 미술관이나 문화 공간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타이페이에서 철거 위기였던 가장 큰 양조장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화산 1914 창의 문화 원구>가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공연장은 물론 귀여운 오르골들이 가득한 예쁜 공간에서 커스텀 오르골을 만들기도 하고, 개성 있는 샵들과 카페들로 채워져 있는 곳이다. 해가 지면 노천 공간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소규모 동호회의 사람들이 짝을 지어 우아하게 왈츠를 춘다. 그들의 춤이 관객의 박수로 바뀌어지던 선선한 바람의 저녁.

타이페이101 빌딩이 보이는 술집 <죽촌> 풍경

시내버스를 타고 달리는 타이페이 밤의 거리는 한낮의 거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 마치 대나무 줄기 형상으로 멋지게 솟아있는 타이페이 101 빌딩은 밤이면 다양한 색의 조명으로 운치를 더한다.

이번에는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대만 드라마 <연애의 조건>에서도 주인공들의 아지트로 등장했던 곳. 어둡고 좁다란 골목길 사이로 101 빌딩이 제일 멋지게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술 집 <죽촌>. 바깥 자리에 앉아 한잔하며 빌딩에 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어느 곳으로 바삐 움직이는 여행보다 나에게는 힐링의 순간이다.

타이페이의 밤이 더욱 깊어 갈 무렵, 먹거리 가득한 야시장은 더욱 성업을 이루고 사람들로 넘친다. 상인들은 오늘도 같은 자리에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는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켜내고 있는 것이리라.

타이페이의 야시장

그런데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1년 후 정말 애석하게도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두얼 카페>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다. 영화에는 한 남자가 35개 나라의

비누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다른 물건과 교환해

달라며 하나씩 들려준다.

두얼은 그가 올 때마다 들려주는 각 나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갇혀있던 생각을 열고 자신의 마음속 가치를 찾아 결국 세계 여행을 떠났다. 그녀는 이제 찾았을까?


저녁의 타이페이 길 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떨 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무게감을 갖는다. 내가 품은 마음속의 가치와 교환될 소중한 무언가를 나도 찾을 수 있을까? 두얼의 카페는 이제 사라졌지만 타이페이의 길 위에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을 되새기며 걸었던 시간들은 내 안에 소중하게 머문다.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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