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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New Zealand Jul 03. 2017

뉴질랜드의 음식들

Breakfast and Snacks

Big breakfast


뉴질랜드에 처음 봐서 인상적이었던 아침이 있다면, 에그 베네딕트였다. 보통 현지인들은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넣고, 토스트에 잼과 버터를 발라 간단하게 아침을 즐겼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베이컨, 요구르트, 우유, 그리고 과일이 곁들여지곤 했겠지만, 대다수는 소박한 식사를 고수했다.


몸에 좋은 그릭 요거트에 시리얼, 그리고 듬뿍 올려진 베리류 같은 채도 높은 그림들은 카페를 가거나, SNS에서나 볼뿐이었다. 카페나 회사에서 마주한 에그베네딕트는 그래도 요리된 음식이었고 나름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 나는 에그베네딕트를 좋아했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변하지만, 대체로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의 훌륭한 농도의 홀렌다이즈 소스


어제부터 고민했다.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하루가 조금 더 보람찬 날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보는 음식도 나름 기분 좋은 시작이리라..

에그 베네딕트를 작정하고 해야 하는 이유는, 홀랜다이즈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녹인 버터와 계란 노른자를 팔로 휘젓고 나서, 그 버터가 듬뿍 묻은 그릇들을 씻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번 손수 중탕해서 만들어 봤다.


이 정도 농도가 될 때까지 저어주면 되는데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

수란을 만들고, 베이컨을 굽고, 빵도 토스터에 튀기고, 나를 위해 예쁜 접시에 담아놓으면 대충 이런 모습


나를 위해 만들어본 에 그베너딕트. 1940년경 미국의 베너딕트라는 여사가 한 호텔에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런치 메뉴가 되었다.


그리고 또 흔하게 많이 먹는 것이 Big breakfast이다.

이건 그냥 다 먹겠다는 의지의 소유자만이 가능하다. 이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버섯은 버터와 같이 볶고, 베이컨은 원하는 정도로 구워주면 되겠다. 사진을 찍느라 식어버린, 건조해져 버린 Big breakfast.

그래도,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든다.


Snacks (Muffine and Salmon bagette)



그냥 한국에서는 하지 못했던 베이킹에 빠져있을 때, 나는 이렇게 저렇게 설정하는 걸 좋아했다. 

여기저기서 물건들을 집어다가 나란히도 놓아도 보고, 작은 머핀들이 더 예쁘게 보였으면 했다. 

물론 100%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이 새로웠다. 바게트에 올려먹는 연어와 아보카도는 손님 초대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보통, 주변에 스치는 모든 것들을 두 눈에 담은 뒤에야 다음 정류장으로 가는 여정을 허락한다

가끔은 두 발로 서서 더욱 자세히 기억을 담고 냄새를 담고, 내 마음에 사진을 담는다


베이킹은 그래서 나와 닮은 거 같다

절대 서두를 수 없는, 서두르면 안 되는 그런 아이들


가끔은 너무 걸음이 느려서 너무 많은 시간을 길에 흘려서

천천히 걷던 걸음을 급하게 옮겨보지만

어. 느. 새 어느 한 곳에 멈춰 서서 그곳의 기억을 담는 나를 본다


하지만 오늘은, 밀린 숙제 하듯 해버린 작은 아이들이

어김없이 나에게 내놓은 결과물이 여기저기 티가 난다

절대 거짓말할 수 없는 그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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