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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레비엔 Nov 28. 2024

운명 공동체

서울 대한민국 정부 첫 번째 각료회의

3개의 우호 보금자리, 한국 정부의 주요 인사가 모여 여는 첫 번째 회의가 시작되었다. 지하로 들어가기 전 #1 보금자리 대통령은 10년전 쯤에 사망했다., 그 자리를 잇는 새로운 대통령과 #2, 3 보금자리의 부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반갑습니다. #1 보금자리 대통령 이재민입니다. 드디어 #1,2,3 보금자리의 인사가 모두 모였군요.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만 지금 #2 보금자리 붕괴 상황과 정부를 새로 구성하는 문제, 지상 도시들의 정상화 등 상황이 엄중하고 시급한 만큼 빠르게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긴장한 듯한 젊은 남자가 일어나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현재 지상의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주항공청의 우주항공 우주전파재난 위기 경보에 따르면, 태양 X-ray 방출은 R8 단계 태양 방사선 폭풍 S7단계 지자기 폭풍 5단계인 상황입니다. 이전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재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소행성 충돌 직후에 비해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단파 통신을 제외한 무선 통신, GPS 등은 앞으로도 사용이 불가능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첨단 기기나, 반도체 등도 차폐시설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태양풍의 영향은 고위도 지역으로 갈수록 심해져서 북유럽과 러시아 등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서 안보 상황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세계 각국이 지상으로의 이주와 정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동안은 특별한 안보적 위기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

현안은 끝없이 이어지고, 새로운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질서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 승리한다. 안정희 부통령의 연설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살아서 다시 땅을 밟겠다는 기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오로지 우호 지하 보금자리의 시간을 잘 관리해서, 아이들을 지상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일념이었다. 노년의 안정희가 지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행운은 신이 또 다른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이해했다. 조국을 위해서, 우리 손자들을 위해서, 출발선을 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정희 부통령님, 어서 오십시오. 오늘 첫 번째 각료회의에 참석하셨겠군요. ” 

“나부진 소장님, 반갑습니다. 네, 그쪽에서 바로 오는 길 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급하게 뵙자고 했습니다. #2 보금자리가 완전히 붕괴되는 바람에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일부에서 지도부가 지하에서 무기력하게 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 데, 저와 가족이 먼저 구조된 것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재민 대통령 역시 긴급한 상황을 핑계삼아 부여받지 않은 대통령직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 두 문제는 사실 같은 것이죠. 지상에서 새로 조직될 정부 구성에서 먼저 이권을 차지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2 보금자리 구조가 늦어지는 사이에 이재민 대통령과 #3 보금자리 대통령이 벌써 손을 잡고, 새 정부를 꾸리려고 한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2 보금자리 인구를 구하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린 것은 무능이고, 어쩌면 의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대통령입니다. 50만 명이 수장되었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현재 #2 보금자리는 필수 장비가 수장되는 바람에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1,#3 보금자리는 그 짐을 나눠져야 하게 되었고요. 주거지를 배정하면서 #2 보금자리 주민들을 차별해서 불만을 키우고,  #1,#3 보금자리에서는 호감을 얻어야 합니다. 어차피 불만은 대통령을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 가족을 향한 비난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겠군요. 그래도 결정적인 분수령이 있어야 할텐데요.”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부통령께서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보다 다른 부분에 관심이 있습니다.”

“나부진 소장님님 정도면, 원하는 자리면 어디든지 다 가실 수 있으실 텐데요.”

“정치보다는 제 딸아이의 연구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제한 없이 차폐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방위사업청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자리로 보내주시면, 부통령님의 문제도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이라~~ 눈앞의 권력다툼보다 훨씬 멀리 보고 계셨군요. 그래서 계획이 뭡니까?”

“지금 #1 보금자리에 있던 제 딸이 지하에서 소규모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컴퓨터를 개발 중입니다. 실제 뇌세포를 이용한 컴퓨터죠. 사소한 문제가 좀 있지만, 얼마 전부터 매우 획기적으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직접 보러 가시죠.” 


나부진은 안정희 부통령을 데리고 집 아래에 있는 지하 통로를 통해 화성기계라고 쓰여진 연구실로 들어갔다. 연구실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가장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마치 동물 병원에라도 온 듯 동물들로 가득한데, 들릴 듯 말듯한 고주파음이 희미하게 들릴 뿐 고요했다. 죽은 듯이 잠든 동물들은 한 마리씩 투명한 사각 케이스 안에, 차곡차곡 종류별로 쌓여 탑을 이루고 있었다. 동물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잠든 듯 보였으나 머리에 두개골을 대신해 투명한 둥근 통이 이식되어 뇌가 보이는 상태였으며, 통 안에는 하늘거리는 섬유와 액체가 뇌와 전기 신호를 연결하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이곳은 극비로 연구원들도 최소 인원만 들어 올 수 있습니다.” 

“이게 다 뭡니까? 이것들로 뭘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것이 바로 오가노이드 컴퓨터입니다. 지상 위에서의 생활에 대비해 각 보금자리에서 태양풍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저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오가노이드 컴퓨터를 개발 중에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공배양 뇌세포를 이용했는데, 얼마 전부터 동물의 뇌를 직접 이용해서 오가노이드 컴퓨터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는 태양풍 이전의 기술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이전의 컴퓨터보다는 인공지능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오가노이드 지능들은 동물의 언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나부진은 부통령에게 새로 만든 번역기를 보여줬다. 

“점점 더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군요.”

“시제품입니다. 이전 시대에 쓰던 번역기입니다. 이 번역기를 활용해서 동물과의 대화가 곧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 번역기를 동물들에게 심으면 번역된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언어로 번역해 줍니다.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동물이 말을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까?”

“미국과 소련도 첨단 무기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미사일이 있으면 뭐합니까? 위성도 없고, GPS도 없고, 오직 재래식 무기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동물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 군요.”



“인류가 화성으로 가기 직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돌고래를 훈련 시켜 다른 나라의 영해를 조사했고, 첨단 무기가 넘쳐나던 시절에도 IS라는 테러 단체는 시가전에서 전서구를 이용해서 통신을 했습니다. 이미 2차 대전 때도 박쥐 폭탄이나 개를 훈련한 자폭 계획이 실재했었죠.”

“알겠소. 그렇다면 구체적인 계획이 뭡니까?”

“<어쿠스틱 키티> 프로젝트를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300년 전 미국 CIA에서 고양이를 스파이로 양성하려던 프로젝트입니다. 그 프로젝트가 무려 1960년대에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훈련 시킨 뒤 장치를 이식해서 도청을 하려던 시도였죠. 그 시대의 기술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는 고양이 스파이 부대를 양성 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지능이 뛰어나고 충성심 있는 고양이를 태어나게 한 다음, 이 번역기를 심으면 우리는 말하는 고양이 부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을 훈련 시키듯 어릴 때부터 세뇌를 통해 오직 국가만을 위해 존재하는 고양이 스파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동물들은 한 세대가 짧기 때문에 우수한 스파이를 끊임없이 훈련 시키고 편하게 퇴역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고양이 뿐 아니라, 새,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을 의심 없이 군사적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햄스터나 고양이 등의 작은 동물 언어만 번역이 가능하지만, 국방부의 지원만 있다면, 개와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자살 폭탄 부대 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차폐시설에 있는 반도체 공장도 이용해야 합니다. 

아직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은 그런 무기가 없을 것이므로,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군사적 이벤트만 있다면 충분히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 말처럼만 된다면, 충분히 안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칩시다. 말하는 동물 자폭 부대라니! 그런 것이 국민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시오? 자칫하면 애들 장난으로 여겨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지금 당장 문제는 안보가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게 안 보이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잠시 마당에 나가 걸으면서 이야기하시죠.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혹여라도 연구원들이 들으면 안 되니까요.”



잔디가 푸르게 깔린 마당에는 강아지가 두 사람을 반기며 따라왔다. 40년간을 지하에서 살아온 것이 꿈인 듯 완벽히 정돈된 정원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중요한 점은 안보 문제를 부각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태양풍에 대비하지 못한 북한 지역의 인구가 거의 소멸된 상태에서 미국과 소련 중국이 정상화 되자마자 북한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우리 나라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고조해야 합니다.”

“안보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다른 국가들도 다 이주에 정신없는 시기가 아닙니까?”

“문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가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리입니다. 아직 전력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마치 세상에 우리만 남은 듯 암흑천지입니다.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우리는 다시 세상을 밝히겠지요. 지금처럼 깜깜한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를 기회로 삼는 사람이 승리할 수 있고, 지금은 작은 힘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작은 소란이면 충분할 겁니다. 

지금 청와대 뒤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고 칩시다. 이 폭발은 새로운 임시주거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갈 것이고, 여기에 조금의 소문만 더해 불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무선 기술도 최첨단 기술도 쓸 수 없는 지금 사람들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정체를 꼭 명확히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위협이면 족합니다. 동물들을 조종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입니다. 그리고 동물들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위기를 조장해서 국방부를 장악하고, 동물 무기를 고도화시키면 결국에는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권력을 장악하는데 실패하더라도 제 딸이 운영하는 연구소가 사업적으로 성공할 때까지 충분한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역시 나부진 소장님은 한발 빠르군요. 나를 돕는 이유가 방산업체로 성장하고 싶어서였군요. 이제 좀 안심이 됩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딸 아이의 연구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을 뿐 입니다.”

“아, 따님을 최근에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도 오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뿐입니다. 나이가 80이 넘었는데 정치는 어찌 되어도 상관 없습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남들과 똑같이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라고 하기는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듣고 보니, 이 건은 단순히 약속을 할 것이 아니라 계약서를 써야 될 문제겠군요. 나부진 소장이 방위사업청을 맡게 해줄테니, 우리 쪽에도 지분을 나눠주시죠. 정치보다 안전한 쪽에 배팅을 하고 싶습니다만...”

“좋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겨도 운명 공동체로 한 몸이 될테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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