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냄새로 쓰는 편지
강아지산책의 주목적은 몇 가지가 있는데, 미친 듯이 날뛰기, 미친 듯이 날뛰다 웅덩이에서 수영하기, 냄새 맡기, 마킹하기다.
마킹은 개들이 전봇대에 다리를 들고 찔끔 오줌을 눠서 냄새를 묻히는 행동이다. 개를 키우기 전에는 수캐들만 마킹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암컷 개들도 마킹을 한다. 다리를 들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만 다르다. 마킹은 개들의 영역표시인 줄 알았는데, 동네 소식지였다. 개들은 새로 생긴 냄새를 꼼꼼히 맡고 거기에 답글을 달 듯이 마킹을 한다. 우리가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 있다가 온라인이 되는 순간 카톡을 하느라 바빠지는 것처럼 산책은 'Connected' 된 온라인 상태다. 오줌냄새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개와 고양이를 유난스럽게 무서워했었다.
개들은 귀신같이 주인의 감정을 알아차린다. 슬픈지 기쁜지 눈치로 안다고 하기엔 너무 빤히 안다. 생각해 보면 주인의 감정만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있어도 개들은 자신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귀신같이 알아챈다. 기운을 알아차린다고도 하고, 미묘한 바디랭귀지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짐짓 무섭지 않은 척 세게 나가는 어른들이 무서워하는 것도 너무 쉽게 들킨다.
감정은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 근육을 수축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심장이 빨리 뛰거나,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 변화들이 모여서 냄새를 만든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우리가 웃을 때나, 화를 낼 때, 귀찮을 때 모두 비슷한 몸 상태를 가진다. 격렬해지거나, 느려지듯이. 그때 우리 안에서는 사람은 절대 알아낼 수 없는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그것을 기록하는 로그파일은 오줌이다.
강아지들에게 마킹은 단순하게 오늘은 무얼 먹었나에서부터, 누가 주인에게 혼이 났는지, 누가 새끼를 낳았는지, 누가 누구랑 싸웠는지 소문이 도는 게시판이다.
마루는 그렇게 마킹으로 얼굴 한번 대면 못한 강아지들과 카톡만 나누다가, 어느 날 하루 잠시 고삐가 풀리면, 우리가 불러도 모른척하고,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익숙하게 따라서, 처음 보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반갑게 통성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반쯤 울면서 마을을 차로 몇 바퀴나 돌았지만, 마루에게는 오래간만에 신나는 번개모임을 잠시 가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