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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는 비밀입니다.

by 올레비엔

동물들의 슈퍼파워를 증명하라

아기 강아지를 키우는 몇 달 동안 일상은 기적 같았다.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강아지는 슈퍼파워를 가진 돌연변이였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 년이 되어야 겨우 걷고 말하는데 강아지는 기적처럼 나자마자 서고, 돌아서면 성장했다. 마치 부처님이나 알에서 태어난 왕들처럼 나자마자 걷고, 순식간에 자란다.

사람 아기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다면, 어딘가에서는 대단한 뉴스가 되고, 어딘가에서는 신으로 추앙받을 것이다. 그런데 동물들은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동물들의 밤은 인간의 몇 달을 압축한 것 같았다. 겨우 며칠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스펀지처럼 불어난 강아지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동물이 가진 초월적인 슈퍼파워를 모조리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냄새로 모든 것을 알아낸다는 강아지,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시력이 최고라는 고양이의 힘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자마자 걸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외친 이는 부처였지만, 우리 개와 고양이는 바로 내 옆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부들부들하게 만져지는 존재하는 기적이었다.


캣우먼의 사정

유튜브에는 뱀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숨어 사는 뱀도 있고, 고양이 양갱이도 있으니 고양이가 뱀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우연 대신에 그 일이 일어났다.

산책냥인 양갱이가 길을 건너려는 순간, 매우 천천히 오던 동네 트럭이 양갱이를 보고 섰다. 양갱이는 얼음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트럭이 서고 나서 한참있다가 놀라서, 멈춰있는 트럭에 펄쩍 뛰어 부딪혔다. “나는 섰는데, 얘가 와서 부딪혔어!!”

황당했던 아저씨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황급히 트럭 아저씨에게 사과를 하고 나서 양갱이를 살펴보니 피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진다. 정신없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양갱이는 트럭에 치인게 아니고, 스스로 트럭을 쳤다고 한참 설명하고 피나는 곳을 살폈다. 너무 세게 트럭을 치는 바람에 송곳니가 조금 부러지고, 혀를 깨물었다. 피는 혀에서 나고 있었다. 다행히 놀란 것이 전부였지만, 그 일로 그 길을 다시는 건너가지 않고 마당만 오가며 지냈다. 히어로는 대게 존재를 드러내길 꺼리고, 현실에서는 찐따인 경우가 많다. 양갱이는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강아지는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헨젤과 그레텔에서 과자집만 기억하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달빛에 비친 빵조각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이다. 달밤의 시골은 한 편의 그림자극이 되는 데 실루엣만 남은 세상에서 새햐얀 순진한 것들만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달이 밝은 밤이면, 우리는 마루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하얗게 빛나는 산책로 위에서 그림자가 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인이 되기도 하고, 서로를 잡아먹는 놀이도 하면서 그림자놀이를 즐겼다. 산책이 지쳐갈 때쯤에는 나무뒤에 숨어서 마루를 놀리는 숨바꼭질을 했는데, 냄새로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슈퍼파워를 가진 마루가 우리를 찾아주길 기다렸다. 혼자 남은 마루는 당황하면서 우리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강아지 말로 '컹컹' 짖으면서 나오라고 협상을 시도했다. 슈퍼파워는 간식을 찾는 것처럼 중요한 일에만 써야 했다.

가끔은 달빛도 허락하지 않는 어둠만 가득한 숲길로 들어가서 마루에게 물었다.

“강아지는 귀신을 볼 수 있다던데, 여기 누가 있어?”

귀신 찾으러 가자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마루는 어둡고 무서운 길로 따라 들어오기를 거부하면서 “컹컹”가지 말라고, 무섭다고 하지 말라고 겁먹은 여자아이처럼 얼어붙었다. 덕분에 강아지가 귀신을 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은 매번 실패했다. 문제는 귀신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무서운 것은 똑같았다.


개와 고양이의 슈퍼파워를 증명하는 내 실험은 실패했지만, 강아지들이 없었더라면 달빛에만 의지해서 밤 산책을 즐길 수 없었을 것이고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으로 된 길이 실화였다는 사실을 절대 몰랐을 것이다. 지금도 달이 빛나는 밤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림자였던 그 밤들을 떠올린다.


“진짜 슈퍼파워는 무엇이든 될 수 있던,함께한 추억이지
추억이 인생을 구원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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