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닮은 인간
세상 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 그중에 유일하게 인간만을 신의 모습을 닮게 만들었다.
그런데, 시골살이를 해보니 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것은 동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어색한 모습에 당황해서 급하게 지어낸 거짓말 같았다.
신은 인간만 빼고 다 아름답게 만들었더라. 태초에는 인간도 아름다웠다. 네발로 세상을 당당히 딛고 서서 모든 다른 동물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만이 간교하게도 무기를 들었다. 무기에 의지해서 의기양양하게 일어났다. 다른 생명들을 마음대로 할 신의 권위가 있다고 겨우 2미터도 채 되지 않는 높이에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신이 만든 모든 아름다운 것을 독차지하느라 인간은 편리하게도 차츰 아름다움을 버렸다. 매력적인 꼬리와 찬바람을 막아줄 털,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쫑긋한 귀, 온 세상이 선명했던 시야와 강인한 체력을 모두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과 바꿨다. 남은 것은 무기에 기대어 서 있는 벌거벗은 가느다란 몸뿐이었다. 신이 준 아름다움을 다 벗어버리고, 사람은 이제 신도, 동물도 아니었다.
동물과 함께 살아보니 동물들은 구석구석 아름다웠다. 요크셔테리어 젤로는 입안에서 씹던 풍선껌을 늘인듯한 좁고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인형에 달린 플라스틱 코와 똑같이 생긴 코를 핥는 것이 너무 귀여웠다. 고양이 양갱이는 눈에 아이라인이 이미 완벽하게 그려져 있었고, 성격은 시니컬 하지만 오해 말라는 듯이 몸통에는 흰 바탕에 황토색으로 하트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골든리트리버 마루는 걷고 달릴 때 프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도록, 다리와 꼬리, 목덜미에 장식털이 풍성하게 있었다. 마치 탱고춤을 추는 사람이나 나팔바지를 입은 엘비스프레슬리처럼 언제나 완벽하게 준비된 댄서 같았다.
이런 부분 말고도 귀 끝에 쫑긋 서있는 세 가닥의 털이나, 얼룩무늬를 한 조그만 발바닥패드, 얇은 고무패드 같이 반짝이는 좁고 까맣고 쫄깃한 입술처럼 매일 예쁜 부분이 계속 발견했다.
부끄럽지 않게 아름다울 것
그에 반해 나는 주말이면 잊지 않고 팔다리 제모에 시달려야 했고, 아침마다 별 달라질 것도 없는데도 화장하느라 한 시간씩은 덜 자야 했다. 물론 네일아트 정도는 개, 고양이, 사람 모두 함께 모여 수다 떨면서 함께 했다. 점점 더 나는 개 고양이들의 미모에 반해갔는데, 어느 날 친구가 남자친구 자랑을 하자 나도 모르게, 물었다. “네 남자친구는 부드러워?”,“귀는 쫑긋해? 꼬리는? 아이라인은?”
사실 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동물의 이빨은 무서웠고, 환영하며 핥아주는 혓바닥은 찝찝했으며, 털은 부드러웠으나 새 옷을 더럽히는 불편한 것이었다. 돌아보니, 때와 장소에 맞춰 세련되게 차려입고, 열심히 가꾼 외모는 결국 똑똑해진 대가였다. 언제나 우리는 부끄럽지 않게 아름답기 위해서 항상 바쁘다.
“네 남자친구는 부드러워?”
“귀는 쫑긋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