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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별로였던, 고양이

by 올레비엔

사실 동물들의 외모는 매우 아름다우면서 기능적인데, 눈사이가 멀어서 시야각이 넓은 것이나, 아이라인이 이미 그려져 있어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계속 자라나는 강아지의 발톱은 단단해서 땅을 파기에 좋도록 되어 있다. 실외 활동이 충분하면 따로 발톱관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갈려나간다.


고양이의 발톱은 체구가 작은 대신에 얇고 날카롭다. 절삭력에 집중해서 갈려나가지 않도록 숨겨두었다. 그래서 발톱을 세운 고양이에게 맞으면 생각보다 쉽게 피가난다. 고양이의 발톱도 역시나 계속 길어난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멀쩡한 형태의 발톱이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하는데, 발톱이 빠진줄 알고 놀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고양이의 발톱은 항상 날카롭게 유지해야해서 나이테처럼 껍질이 한꺼플씩 벗겨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죽은 발톱을 떼어내기위해서 주기적으로 어딘가를 긁는다. 그래서 스크래쳐라고 발톱을 긁을 수 있는 장난감이 필요하다.


제주 집으로 이사왔을 때, 마당에 소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양갱이는 스크래쳐 보다는 밖에 나가 나무를 긁는 것을 좋아했는데, 우리는 소나무를 보자마자 스크래쳐가 따로 필요 없겠다며 좋아했다. 양갱이를 붙잡고 소나무에 앞발을 대주면서 빨리 발톱을 긁어보라고 재촉을 했는데도 영관심이 없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양갱이는 텃밭에 있는 후박나무와 은행나무를 스크래쳐로 삼기 시작했는데, 소나무는 울퉁불퉁한 껍질에 걸려 스크래쳐로 쓰기에는 불편한 나무 였다. 어쨋거나 양갱이의 아름다운 발톱은 텃밭에서 그렇게 관리되었다.


“노력은 이해해 줄게,
취향은 존중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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