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도 않으면서, 신을 원망하는 사람이었다.
“신의 자식들 중에 왜 누구는 더 사랑하고,
누구는 덜 사랑하느냐고!”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막내아들처럼, 공평하지도 못하면서 전지전능할리 없다고 항상 원망했다.
완벽한 텃밭
시골에 살아보니 신은 완벽한 무오류의 법칙으로 작동하는 그 어떤 힘이었다. 그 무엇보다 완벽했다. 콩 심은 데는 콩이 나고, 팥 심은 데는 팥이 났다. 헷갈리거나 실수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때가 되면 봄이 되고, 비가 오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렸다. 싹이트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어떤 농부라도 의심없이 다시 씨를 뿌릴 수 있는 완벽한 무오류의 세계를 보았다. 신도 함께 거기에 있었다.
어릴 때 성경을 보면서 절대 이해되지 않는 구간이 있었는데,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시험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시험을 하는 신이 나,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사람 모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이치를 텃밭에서 깨달았다. 신이 가져오는 모든 죽음은 다시 움트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극히 짧은 순간의 세계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죽음이 엄청난 일이었으나 신에게는 순환의 주기일 뿐이었다. 신은 인간이 절대 죽음을 준비단계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시험에 그쳤다. 아들을 바치려던 사람은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무오류의 완벽함을 믿었다.
배우지 않아도 알수 있는 일
개와 고양이의 삶도 완벽한 무오류 안에 들어 있었다. 한동안 우리는 마루를 중성화하지 않고 지냈는데, 봄바람이 불면서 새끼를 키우기 좋은 때가 돌아오면, 동네 온갖 수컷개들은 우리 집 담 밖에서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사랑꾼 로미오처럼 때를 노렸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알아채기도 전에 마루의 털은 뭉텅뭉텅 빠져서 겨울을 알렸고, 새들은 마루털을 주워가려고 더 분주하게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알려주지 않아도, 동물들은 신의 뜻을 알고 있었다.
강아지들은 아기 조카를 사랑해서 어떻게든 핥아주었고, 어른보다 몇 배는 사랑해 주었다. 덩치 큰 마루는 함께 사는 작은 양갱이와 젤로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혼나거나 맞아도 가족으로 사랑하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신의 은총과 사랑을 배우지 않고도 충분히 이해했다.
신의 뜻을 이해하는 일
물론, 신의 뜻을 사람은 배워도 절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싸우고, 미워하기를 반복했다. 웃기는 것은 서로 잘해주려는데 항상 싸움으로 끝났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집의 동물들은 항상 축축하게 핥아주거나 그저 엉덩이를 붙이고 딱 붙어 앉아 있는 것으로 언제나 위로와 사랑을 끝없이 나눠줬다. 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었다.
“세상 모든 것을
알 수도,볼 수도 없지
그러나 사랑할 수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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