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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슴속호수 Dec 03. 2024

6월의 몽골 속으로

인생 택시

몽골의 대지는 끝없이 드러냈다. 초원은 하늘과 맞닿아 경계를 잃었다. 시원한 바람은 자연의 숨결을 실어왔다. 유목민들의 삶은 광활한 대지 속에서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경남대 수필 교실과 합천수필문학회 회원 18명은 백남오 교수님의 인솔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첫발을 내디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선선한 공기가 폐 속 깊이 스며들었다. 첫날밤, 낯선 도시의 불빛은 어색하면서도 온화한 기운을 풍겼다.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 새로움이 가득한 여정을 나섰다.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사흘은 일상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시간이었다. 도시를 벗어나자 무한히 뻗은 초원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초원에 점을 찍은 듯이 여기저기 흩어져 세워진 게르(유목민의 전통 텐트)는 대지 위에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처럼 수놓았다. 언덕 위 말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었다. 아래로는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곳을 가로질렀다.


 첫 목적지였던 거북 바위는 수천 년의 흔적을 담아 나를 맞았다. 시간조차 멈춘 채 묵묵히 위용을 드러내는 거대한 암석에 압도되었다. 자연이 빚어낸 모습은 인간의 손이 닿지 못할 깊이를 간직하고 있었다. 영원한 세계 속에 굳건히 서 있는 조각품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푸르공(러시아제 미니버스)에 올라 울퉁불퉁한 비탈진 언덕길을 거칠게 달렸다. 차가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라는 생사람 잡는 탄성과 긴장이 감돌았지만, 톨 강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불안이 사라졌다. 윤슬이 꿈결처럼 눈앞에서 환상적인 무대를 그려낸 것이다. 빛은 물결 위에서 무지개를 내뿜으며 현란한 춤을 쉼 없이 추었다. 잊혔던 낙원을 다시 만난 기쁨처럼 설렘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유목민의 게르에 들어서자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그들의 생활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었다. 낮의 더위와 밤의 추위를 함께 견딜 수 있도록 지혜롭게 설계되었다. 몽골의 6월은 변덕스러웠다. 사계절이 하루 안에 모두 지나갔다. 밤이면 꽃샘추위가 찾아오지만, 중앙 난로의 따뜻한 불꽃이 추위를 녹여주었다. 원형 천장의 구멍을 통해 부드럽게 순환하는 공기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승마 체험이 시작되자, 말 위에서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자유가 느껴졌다. 바람이 얼굴을 가로질렀다. "추추"라는 외침에 말은 더욱 힘차게 달려나갔다. 초원의 중심에서 느끼는 해방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초원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해방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곧 노련한 조련사가 속도를 조절하여 차오르던 흥분은 차츰 가라앉았다.


 테렐지 올레길을 걷는 동안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열정이 깨어났다. 능선 중턱에서 일행들과 나눈 대화는 청량한 바람을 타고 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상쾌하게 다가왔다. 풀과 흙의 향기는 코끝을 감싸며 온몸에 파고들었다. 생명력이 넘치는 야생화로 가득 찬 초원에서 자연의 숨결에 몸을 맡겼다. 자유로워진 영혼으로 야생마처럼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아리아발 사원은 신성한 코끼리의 형상을 본뜬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108개의 계단은 코끼리의 긴 코가 참회의 길처럼 가파르게 이어져 있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천천히 올랐다. 사원을 둘러싼 경전이 새겨진 원통들은 신성한 기운을 더해주었다. 전통에 따라 원통을 돌리며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사원 정상에서 바라본 초원과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대지와 하늘이 만나는 웅장한 광경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칭기즈칸 마동상 앞에 서자, 몽골의 찬란한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동상은 칭기즈칸의 전설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바람은 그의 이야기를 속삭이듯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대지 위에 우뚝 솟은 동상은 끝없는 대지를 바라보며 위대함을 묵묵히 증명했다. 지하 박물관은 웅장했던 시대에 비해 다소 협소했지만, 역사의 무게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둘째 날 밤, 우리는 게르에 모여 각자의 여행 소감을 나누었다. 소감을 말할 때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제일 났다.”라는 말을 큰소리로 외쳤다. 그 말은 "당신이 최고다."라는 응원처럼 들렸다. 격려의 말은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따뜻한 리본처럼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캠프파이어 주위에 모여 양꼬치를 굽고 손을 맞잡은 채 노래를 불렀다. 별들은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듯 서로 연결되어 반짝였다. 별빛 아래에서 쌓인 추억은 별들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이른 새벽, 풀 내음이 상쾌하게 퍼졌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서서히 오렌지빛으로 물들어 갔다. 젖소를 모으는 아낙네의 목소리가 평온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능숙한 손길에 젖소들은 순응했다. 갓 짜낸 우유는 새벽 공기를 생명의 온기로 채워주었다. 그 장면은 한 편의 시*처럼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테렐지 국립공원에서의 시간은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이었다. 대지와 하늘이 하나로 녹아든 그곳에서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평온함을 누렸다. 맑은 이슬이 영혼을 적시듯,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았다.


 여행의 마지막 날, 버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이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분 좋은 떨림이 조금 더 이어지길 바라며 자이승 전망대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은 생생한 화폭에 담은 그림이었다. 여정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렇게 완벽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희열을 맛보았다.


 일행들 역시 각자의 기억 속에 몽골 여행을 저마다의 색채로 새겼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떠올릴 때마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기쁨은 어제보다 깊어진 자신을 발견하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더 넓고 깊은 존재로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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