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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Nov 04. 2016


가을빛 가득한 아산 은행나무길

가을이 보고 싶어 헐렁한 체육복 바지에 부스스한 머리를 한채 길을 나섰다


봄은 파릇파릇한 연두. 여름은 푸르른 초록. 가을은 알록달록한 노랑과 빨강. 겨울은 소복이 쌓인 하양. 색은 늘 우리들의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계절에 따라 세상의 색도 변하기 때문이죠. 휴일 아침. 이 계절의 색이 보고 싶었습니다. 설레임에 마음이 급해져 헐렁한 체육복 바지를 입고 부스스한 머리를 한채 길을 나섭니다. 노오란 가을의 색을 느낄 수 있는 곳. 아산 은행나무길로요.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변해가는 가을의 색을 저만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른 아침지만 이 가을을 마음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란 잎과 아직 영글지 않은 파릇한 잎들이 긴 터널을 만들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연인, 가족, 그리고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자연히 손을 잡게 되나 봅니다. 아이는 엄마의 손을,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습니다. 꼭 잡은 두 손을 보기만 해도 노란빛들과 어울려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손에는 그 사람의 온기가 있기에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맞잡은 손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면 그 손을 떼기가 힘들것입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둘만이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영원히 이 손을 놓지 말자구요.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남자는 여자와의 추억을 담기 위해 사진기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자신을 위해 사진기를 만지는 남자 친구가 듬직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노란 잎이 가득한 풍경 속에서 자신을 위해 저리도 열심인 남자 친구가 있어 행복할 것입니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녀.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요.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멋진 바이크를 타던 이도, 홀로 산책을 나온 어르신도, 함께해온 세월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도 이른 아침 사색과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모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저 마다의 사연으로 안 좋았던 일 혹은 좋았던 일에 대한 생각. 그리고 미래를 위한 생각을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쁜 풍경이 가득한 이곳에서는 그들 모두 즐거운 희망만이 있는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어느 해 비 오는 길을 걷던 중 작은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 적이 있습니다. 나무는 여린 잎으로 비를 막아 주었고 그 작은 나무가 어찌나 고맙던지. 그 이후로는 나무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는 늘 옳다는 것도 알았고요.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봐 주고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계절의 변화에 어김없이 자신을 맡겨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보살핌을 , 자신은 비를 맞고 있기도 하죠. 그렇게 나무는 몇십 년을 버 피고 지어 하늘을 덮을 만큼 자라 우리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어느 누군가에게 비를 막아주고 바람을 막아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욕심 많은 저는 그리 될 수 있을. 저 나무들은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반백을 넘긴 어른입니다. 이 아침 행복을 가져다주는 저 나무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너무 눈이 부셔 제 몸을 움직여 노란 잎으로 해를 가려 봅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지네요. 노란 잎들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실이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제가 느끼고 그 모습들을 보며 가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좋을 뿐입니다. 투명함은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공평할 뿐입니다. 저 투명함처럼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세상이 저를 바라보는 눈도 모두 투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곧거나 구부러진 등. 움츠려졌 당당한 어깨. 일자 걸음과 팔자걸음. 때론 앞모습 보단 뒷모습에서 그러한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꾸미거나 변형할 수 없는 뒷모습이기에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온전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처럼 뒷모습은 그 사람의 숨길수 없는 마음이 되어 바라보는 이에게 또 다른 그 사람을 말해 줍니다. 생각해 보니 저의 뒷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뒷모습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신 거울을 앞에 놓고  돌려 보는 뒷모습이 아닌 저 멀리 걸어가는 저의 뒷모습 말입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새로운 삶의 시작인 결혼은 남녀에게는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그래서 설레기도 하지만 아직 겪어 보지 않은 많은 일들이 있기에 두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움 뒤에는 희망 행복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두려움이라는 병균을 막아주는 항체가 되어 니다. 항체가 두려움을 이기면 그들은 비로소 한 가정의 아빠와 엄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성숙한 아름다운 부부가 될 것이구요.


예비부부가 단둘이 결혼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그들의 결혼을 축복해 줍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예비부부 엔 아이와 함께 있는 중년 부부와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어르신 부부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남과 여의 인생을 봅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결혼을 하고, 아름다운 계절에 아이와 함께 이 길을 찾고, 또 그 아이를 결혼이라는 또 다른 인생으로 떠나보낸 후 다시 또 이 길을 걷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그들이 가야 할 그리고 먼 훗날 그들이 지나온 인생이 있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어느 노 부부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뒷모습만 보아도 서로 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은 사진을 찍 아내는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똑같은 풍경이라 해도 두 사람이 보는 마음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풍경 앞에 서게 되면 나도 함께 바라봐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그 풍경을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하고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마음이 고맙기에 상대는 풍경이 왜 이쁜지 말해 주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에도 이유가 있기에, 그 이유를 상대와 공유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이유 속엔 그 사람의 인생이 있고 앞으로 살아가며 배려하고 이해해야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고 그렇게 부부는 닮아가 남자는 여자의 편이 되어주고, 여자는 남자의 편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처음엔 서수 있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 남자와 여자는 세월이 흘러 저 연세 지긋한 부부처럼 될 것입니다. 남의 억양은 여유와 배려가 있었고 아내는 그 여유에 맞추어 이야기를 합니다.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빠 솜사탕 사주세요."

아이의 말에 아빠가 대답합니다.

" 솜사탕을 살 수 있는 돈이면 식량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있는 어린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솜사탕을 샀을지. 아니면 아빠의 말처럼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아이와 아빠가 그 아이들을 위한 약속을 하였을지. 궁금하여 뒤를 돌아보니 아빠와 아이는 여전히 손을 꼭 잡고 단풍나무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가 솜사탕이 꼭 먹고 싶었다면 아빠 손을 놓고 졸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녀는 단풍나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전히 둘의 대화는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어쩜 아빠는 아이에게 솜사탕을 사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말을 이해해준 어린 딸이 기특하고 이뻐서 말입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차가왔던 아침 공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노란 터널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여유롭습니다. 햇살이 따스했던 이 킬로 남짓한 은행나무 길 위에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직접 얘기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여유와 함께 복잡하고 힘들었던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는 듯 보였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가을의 공평한 선물이었고, 사람들은 그것에 감사하며 길을 걷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이 가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어지럽고 있을 수 없는 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안타까움과 아픔을 감내하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명품의 신발을 신지 않아도, 명품의 옷을 입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계절의 아름다을 모른 체, 그리고 이 아름다운 길에 있다 해도 그 순수한 진가를 알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정말 불행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도, 가족도, 연인도, 신혼부부도, 다정한 저 노 부부도. 맑고 선명한 가을빛 가득한 이 길처럼 아름답고 투명한 길을 걸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아산 은행나무길.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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