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9코스
이제는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커피가 생각 나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문득 대평리가 생각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온몸에 들어오는 아메리카노향 때문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던 곳.
대평리는 제주올레 8코스 도착점이자 9코스의 시작점이다. 이 곳의 다른 명칭은 "용왕 난드르" 마을.
"난드르"는 넓은 들판이라는 의미로 용왕 난드르는 용왕의 아들이 살았던 넓은 들판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몇 개의 아기자기한 카페가 있는데 영화감독 장선우 감독이 운영하는 물고기 카페와 바다가 보이는 아담한 카페가 있어 한잔의 커피와 함께 조용한 포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카페가 생겼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는 고즈넉한 포구의 풍경과 깎아지른 절벽의 박수기정이 보이고 그 너머 멀리에는 산방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만재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방송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보말로 요리한 죽과 수제비를 맛볼 수가 있다. 8코스를 걷고 여정을 끝낸 올레꾼에게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9코스를 시작하는 올레꾼에게는 앞으로의 여정을 위해 배를 든든히 채워준다. 이 마을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보말죽과 수제비를 맛볼 수 있고, 육지의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어머니 같은 손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평리에는 포구에 들어서면 마을을 품에 안은 깎아지른 병풍 같은 주상절리의 박수기정을 볼 수 있다. "박수기정"이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고 한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멀리 보이는 박수기정의 풍경에, 제주 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관광지가 아닌 숨어있던 제주의 속살을 보는 듯하여 올레길의 홀릭에 더욱 빠지게 되곤 한다.
지인이 제주여행을 한다기에 박수기정을 가보라 했더니 내비게이션을 믿고 따라가다 좁은 산길을 올라 절벽 정상까지 차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여자 친구에게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박수기정을 보려면 대평포구에서 풍경을 감상하면 되고 정상으로 오르려면 올레 9코스를 안내하는 올레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대평리 포구에는 아름다운 조형물도 있다.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방파제의 그림과 사진들. 그리고 등대 위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은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우리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사랑하는 연인이 없는 이들에게는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만인의 연인이 되어주고, "당신의 희망은 어딘가에 꼭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하며 힘을 주는 희망의 등대 같이 느껴지는 듯하다.
올레길을 통해 알게 된 대평리 용왕 난드르 마을.
작은 포구의 마을로 고즈넉하고 화려하지 않은 알록달록한 색의 지붕들이 있고 아픔이 있는 이에겐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지친 이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건넬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 대평리.
제주올레 9코스는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이다. 그래서 올레길 9코스를 걷는다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빈둥빈둥 놀멍 쉬멍 대평리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니면 8코스를 마치고 대평리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오래오래 기억될 좋은 추억으로 남아 꼭 다시 오겠노라고 다짐하는 당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