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곳에 있고 싶었다. 제주 올레 1코스

제주올레 1코스

by Ollein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설레는 법이다.


설레었습니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제주올레 홈페이지를 쳐다보며 하루하루 올라오는 올레 후기를 읽습니다. 후기에 올라오는 사진과 글들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내가 걸 올레 1코스 길을 그려 보았고, 출발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설렘은 더해 가기만 합니다.


저의 첫 올레길 일정은 1박 2일입니다. 출발하는 날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 올레길을 걷고 다음날 이른 아침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비행기표가 아깝다. 도착하자마자 하루 종일 걷고, 다음날 바로 아침 비행기로 오고, 다리는 다리대로 아플 텐데 그게 무슨 여행이야. 행군하는 군인도 아니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

저도 내심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보자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래. 한번 가보는거야!


1000원, 100번 버스, 시외버스 정류장, 동일주 버스, 시흥 초등학교


1000원, 100번 버스, 시외버스 정류장, 동일주 버스, 시흥 초등학교.

아마도 머릿속으로 천 번도 만 번도 더 생각했던 단어 인 것 같습니다. 저 단어들은 올레 1코스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것들입니다. “제주공항에서 1000원을 내고 100번 버스를 타서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성산 가는 동일주 버스를 타고 시흥 초등학교에서 내린다.” 네... 맞습니다. 1코스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시흥리)까지 가는 방법입니다.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


정말 오기를 잘했어!


드디어 1코스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의 안내로 동일주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 한점 없는 제주의 하늘과 시흥 초등학교가 보입니다. 대지위로 올라오는 풀냄새와 따스한 봄기운은 언젠가부터 잊고 있었던 아늑함으로 전해져 옵니다. 아직 몇 발자국 띄지도 않았는데 정말 정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어쩌나 했던 생각도 일순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어느 해 3월의 봄날 저의 첫 올레길은 제주올레 1코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코스 안내 표시
올레 1코스에서 바라본 어느 봄날의 풍경


고마운 자원봉사자 분들


제가 처음 1코스를 걸었을 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출발점에서 얼마 가지 않아 제주올레 안내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간세인형, 올레 머프, 올레 스카프, 올레 패스포트 등의 제주올레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고, 안내하시는 분을 통해 1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곳 이외에도 군데군데 코스별로 안내소가 있는데 이 곳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자원봉사로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모두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올레 안내소에 걸려 있는 간세 인형들


말미오름과 알오름


1코스에는 두 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말미오름(두산봉)과 알오름입니다. 두 오름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 동쪽의 풍경과 그림처럼 수 놓인 당근밭의 풍경은 모든 사람들을 올레 홀릭에 빠져들게 합니다. 말미 오름 정상에서 보았던 풍경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이곳의 풍경은 유명세를 타고 제주올레의 상징적인 풍경이 되기도 했구요. 말미오름에 오르면 지금까지의 제주 여행은 껍데기만 보는 헛 여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이 두 오름은 본래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개인 사유지인데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부탁으로 오름을 개방하여 길을 내주었다고 합니다.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알오름을 오르는 올레꾼


이름이 예쁜 마을 '종달리'


알오름을 빠져나와 걷다 보면 이름이 마을이 나옵니다. '종달리'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올레꾼을 맞아 줍니다. 처음엔 마을 이름의 유래를 몰라 소리가 이쁜 종달새를 생각했었는데, 이 마을 이름의 유래를 보면 '종달'이라는 명칭은 '통달함을 마쳤다'는 뜻으로 종달리는 예전 제주목의 끝 마을, 즉 제주의 마지막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소금막'이 있는데 동남쪽 해변에 천혜의 넓은 모래밭이 형성되어 오래전부터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였다고 합니다.(출처 : 제주의 마을)

종달리에는 제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마을에 상점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아기자기한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올레길에서 만난 커플이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하여 운영하는 카페도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여유로운 느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종달리 마을


종달리 해안도로


종달 마을을 지나면 해안도로가 나옵니다. 이 도로는 성산까지 이어지는 길로, 길을 걷다 보면 바닷가 해풍을 맞으며 일렬로 걸려 있는 한치(준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출출하던 올레꾼에게는 좋은 간식거리가 되고, 물이 빠져 있는 종달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조개를 줍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달 해변을 지나 좀 더 걷다 보면 오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는 제주 해녀들이 운영하는 시흥 해녀의 집이 있습니다.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전복과 조개로 맛있는 전복죽과 조개죽을 맛볼 수 있는 곳이죠.


종달해변의 한치들


제주의 대표 관광지 성산


올레 1코스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을 지나게 됩니다. 처음 1코스를 걸었을 때 성산 시내에서 올레 표식을 놓쳐 한참 동안 길을 헤매던 생각이 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레 표시가 그려져 있던 길가에 우뭇가사리를 널어놓아 표식을 보지 못해 길을 헤매었다는 것을 알았죠.

성산에서는 유명 관광지답게 먹거리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라면이 생각이 납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료의 싱싱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맛이죠.

그리고 성산에는 오래도록 올레꾼들에게 사랑받는 민박집이 있습니다. 초롱 민박과 쏠레 민박입니다. 이곳은 집밥처럼 맛있는 식사와 내 집처럼 편안하고 숙소가 워낙 깨끗해서 특히나 여성 올레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성산 일출봉


광치기 해변


성산읍내를 빠져나오면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광치기 해변이 나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알게 된 것인데, 광치기 해변은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풍경이 멋진 곳으로 잘 알려져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라 하더군요. 일출 시에 해변을 뒤덮은 파이끼와 성산 일출봉 전체가 그림 같이 황홀하게 보여 그 모습이 장관이라고 하네요. 성산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면 광치기 해변에서의 일출 감상도 큰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광치기 해변의 간세


그냥 그곳에 있고 싶다.


생각나네요...

1코스를 마치고 제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바로 몇 시간 전 걸었던 종달리를 지날 때 " 아까 왔었던 길인데..."라고 생각하며 사랑했던 연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처럼 섭섭하고 아쉬워 그냥 그곳에 남고 싶었던 기억.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 코스는 어디를 걸을까 생각하며, 다음 여정을 위한 비행기표가 있는지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저의 모습...


올레 길중 가장 먼저 만들어져 제주 전체를 돌고 있는 올레길의 맏이로서, 가장 오랫동안 올레꾼들을 맞아준 제주올레 1코스. 전국의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제주로 이끌었고 이 길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걷기 열풍과 제주의 매력을 좀 더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제주올레의 상징적 코스. 오늘도 올레 1코스는 제주를 한 바퀴 돌고 있는 26개 올레코스 들을 다독여 주는 큰 형, 큰 누나처럼, 그 존재 만으로도 든든히 제주의 길을 찾는 올레꾼들을 맞이해 주고 있습니다.


걸어 보세요. 제주올레 1코스.


그냥 그곳에 있고 싶을 겁니다.


올레길 리본과 방향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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