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사무실은 숨이 멈춘 듯 적막했다. 우리 팀원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웃음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누군가는 명단에 있었고 축하 전화에 기쁘고 신나 하며 웃고 있었다. 아주 짧았던 순간, 웃음은 그 너머 공간에 아주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아주 강렬하게.
배려 없는 웃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숨겨있던 본성을 알게 된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축하해 주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인 표정과 가식적인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웃음소리가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어느 예능 프로에서 나왔던 말이 생각났다.
"나만 아니면 돼"
기쁨과 슬픔. 두 개의 감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쪽은 한없이 좋았고 다른 한쪽은 부풀다 만 풍선처럼 초라해졌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있던 나는 자연스러운 것이 어느 것인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당사자들보다 내가 더 당황스러워하며.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사람들의 성격은 다양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을 수가 없다. 나에게는 당연했던 것이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기에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내가 겪었던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쪽은 기뻐서 웃었을 것이고 한쪽은 슬퍼서 우울했을 것이다. 안절부절못하며 화가 났던 내 마음은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싫으니까 당신은 그러면 안 된다 하며 기뻐하는 사람에게 그러지 말기를 강요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웃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내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그 사람처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나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갈지. 나이가 많건 적건, 유능하건 무능하건, 지위가 높건 낮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잘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선 교육을 받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하며 방법을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그 깨달음 안엔 상식과 이해, 배려와 겸손을 얼마큼 인정하고 베풀 것인지도 자신의 몫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합리화이다. 그것은 만성이 되면 자신의 그릇된 행동도 아집과 고집이 되어 완벽하게 옳은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의 최면에 빠져버리면 먼 훗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반성할 기회조차도 잃게 된다. 너무도 완벽하게 스스로를 양심이 없는 사람으로 굴복시키고 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장의 사실에 우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며 나의 몫을 만들어 나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촘촘하고 숨 막히는 각박함의 간극을 넓히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할 그것이 무엇 일지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