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 김정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에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생활 속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럴 것 같았고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을유심히 보며 주렁주렁 글감이 생기길 바랬다.그러나 글감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초조했다. 일단은 무엇이든 쓰고 싶었다. 무작정첫 줄을썼다. 다음 문장을 써야 했지만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알고 싶었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답을 얻기 위해선내 마음을 알아야 했다. 내가 내 마음을 본다는 것은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합리화나 변명은 진실된 태도가 아니었다.글을쓰기위해서는 내마음속 모든감정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한가식도있어서는 안 되었다. 나는 서서히 나에게 마음을열었다.제목도 없이 덩그러니 써 놓은 첫 문장 뒤로 수줍은고백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점점 내 마음이 되어갔다.
글쓰기는 힘들다. 글쓰기는 마음이라는 깜깜한 동굴 안에서수많은 갈래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빛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 그안에는 가식, 위선, 회유, 절망, 포기 같은 수많은 유혹들이 있다.진정성 있는 글을 위해서는 그 유혹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사유는 유혹을 견뎌내기 위한 아주 좋은 수단이다. 사유는수많은질문과 답을 통해 내 마음을 알고 인정하게 한다. 내가 원했던 글을 쓰도록 한다. 때로는 결말이 처음 생각과 달라 허탈하기도 하고겸연쩍기도 하다.진실한 마음을 몰랐던 것이 부끄러워서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경 쓸 것 천지인 세상에서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부작용도 있다. 글이 끝나고 나면 피곤이 몰려온다. 온몸의 감각과 느낌을 모두 동원해 정신을 쏟다 보면 눈이 십리만큼 들어가 쾡해진다. 그런데도 마음은 힘들지 않다. 마음이 담긴 글은 불안하고 불완전한 마음이 해소된 산물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해소되는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좋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정받는 것도, 상을 받는 것도,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나만의 만족일 뿐인데 말이다.
나는 늘 글을 쓰고 싶고, 글을 쓴다. 힘이 드는데도쓴다. 좋아서 이다. 좋다는 것은 마음이 좋은 것이다. 나는 숨김없이사유하며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잠깐이라 하더라도 글을 쓰는 동안, 그 순간만큼은 나는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