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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Jul 16. 2021

커피와 나의 관계

커피를 조심해야 한다

매일 아침 회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 마시는 일이다. 대부분 한잔을 모두 마시지만 때로는 남길 때도 있다. 커피를 남기는 날은 다른 날에 비해 유독 쓰게 느껴질 때이다. 첫 모금 커피가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커피가 주는 각성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날은 입안에서 쓴 맛만 맴돌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카페인에 민감해서이다. 될 수 있으면 진하게 마시지 않늦은 오후에는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늦은 오후라도 커피가 간절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무언가에 집중 입에서 단내가 날 때이다. 맛을 다셔보면 단맛이 느껴지는데 예를 짧은 시간 동안 초 집중을 하여 글을 쓸 때이다. 이때 얼음이 가득 든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입에 쩍쩍 달라붙으며 단내가 가시고 지 몸에 생기가 돈다. 물론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것 감수해야 한다.


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여유다. 그러나 여유를 느끼려고 커피를 마시진 않는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여유 느꼈다면 이미 만들어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신 경우이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아침처럼 앞으로의 일을 잘 해내겠다는 각성을 위해서다. 심기일전을 위해 행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커피를 마셨다고 해서 일이 잘되거나 실수를 하지 않거나 힘든 순간을 극적으로 극복해 다고는 볼 수 없다. 일의 결과가 좋다 해도 커피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습관이며 루틴일 뿐이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커피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일 학년 때이다. 시험 전날 독서실에서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 잠을 쫓기 위해 친구들이 마시는 것을 보고 따라 마시게 되었다. 아마도 네모난 봉지에 담긴 맥스웰 커피 믹스였던 것 같다. 결과 커피는 잠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한 구실이 되었다. 커피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커피 한잔에 할당된 수다의 시간은 무한대였다. 물론 시험은 망치고 말았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 될 수 있으면 피우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힘들일을 하다 피우는 담배 한 까치는 보약 같다고 한다. 나는 담배를 아예 배우지 않아 한 번도 피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그런지는 모른다. 그러나 보약 같다는 이 어떤 기분일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커피도 담배만큼이나 위력적이다. 몸이 축 쳐지고 땀이 줄줄 흐르는 뜨겁고 습한 여름날 집안일을 할 때면 아이스커피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일을 한다. 우선 일 하기 전 한두어 모금 커피를 마시면 기운 없던 몸이 발끈하며 생기가 돈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한 모금씩 마시면 힘든 줄을 모른다. 아마도 카페인의 각성 작용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각성은 페인에 예민한 나에게는 한 표현이다. 각성보다는 마비가 더 적절하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가장 강렬한 커피는 후배가 직접 원두를 갈아 내려주었던 커피이다. 출장 중 후배 사무실에 들른 적이 있었다. 후배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자 했더니 후배는 사무실로 가자고 했다. 후배는 장식품일 거라 생각했던 그라인더를 꺼내 달그락 달그락 쓰윽 쓰윽 소리를 내며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진하디 진한 향과 평소 마시던 커피보다 백배는  카페인 힘이 느껴졌다. 맛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다음부터 마신 커피는 정신을 마비시켰다. 양쪽 미간이 주뼛해지고 저절로 잔뜩 눈에 힘이 들어가졌다. 더 이상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직접 커피를 내린 후배의 성의를 저버릴 수 없었다. 커피잔은 보기보다 컸다. 그날 나는 새벽까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다음날이 주말이었다는 것이다. 평일이었다면 한숨도 못 자고 출근했을 것이다.


커피를 좋아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카페인에 예민한 편이어서 많이 마시거나 늦은 오후에 마시면 잠을 자지 못한다. 그처럼 제약이 따르지만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커피를 마신다. 이른 아침 커피 한잔은 내 하루의 적정량이다. 적절히 생기를 주고 머리를 각성시킨다. 때로는 한잔을 모두 마시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다 해도 아침 커피를 빼먹는 다면 허전하고 서운하다. 하루 동안 힘을 내기 위한 나의 루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커피를 마실 때마다 라는 것이 있다. 진심으로 여유로운 마음과 한잔의 커피가 콜라보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오면 후배가 내려주었던 커피보다 더 진한 커피를 마셔도 정말 맛있는 커피가 될 것 같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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