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이 눅눅하지 않은 봄이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일상이 그립습니다.
누군가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봄 같지가 않습니다. 기대가 컸습니다. 봄이 올 즈음 확진자가 줄어 자유로워지면 무엇을 할지 상상했습니다. 가장 먼저 여행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여행지에는 저처럼 여행을 일 순위로 꼽은 사람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저는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니 여행은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보단 가족들 건강을 챙기고 싶었습니다. 운동도 하고 건강검진도 받고. 그런데 줄지 않는 확진자를 보니 망설여집니다.
체중이 늘었습니다. 이년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늘 똑같이 유지했던 몸무게가 무너졌습니다. 운동은 하지 않고 먹기만 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안 되겠다 싶어 집에서라도 팔 굽혀 펴기, 스쿼드, 윗몸일으키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횟수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팔이며 다리며 온몸이 떨려 더는 할 수 없을 때까지 하려 합니다.
어제는 사무실 동료가 확진이 되었습니다. 이제 확진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상은 별 일없이 있는 듯 없는 듯 무덤덤해야 하는데 확진은 좀 무서운 일상입니다. 그래도 적응이 되어서인지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를 감기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감기와는 다릅니다. 감기보다 쉽게 전파가 됩니다. 아픈 몸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외롭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늘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시간 동안 일을 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놀랄 만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꽃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아무 일 없이 꽃병에 모여 있는 것. 꽃의 향기가 사라질 즘이 되어 조금 무료해지면 동이 트기 전 길을 나서 어디론가 떠나는 것.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가볍게 천천히 산책하는 것.
평범한 예전의 일상입니다. 사실 지금도 예전처럼 못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무거운 짐 하나가 마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 소독을 해야 하고 누군가 기침을 하면 신경이 쓰입니다. 어쩌다 마스크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당황스럽고 불안합니다. 겨우 마스크를 찾아 쓰고 한숨을 쉬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원망합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뉴스를 보니 오늘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 덤덤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애쓰고 있습니다. 예전 같은 일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도 저처럼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이전과 똑같은 봄이 아닐지라도.
오월이 되면 한 사람이 떠납니다. 그 사람은 늘 내 편처럼 온화하고 든든하며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그가 오던 날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떠난다 하니 서운합니다. 이제 그가 있던 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됩니다. 새로운 것은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 눈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대보다는 막연하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부디 저의 불안이 기우였기를 빌 뿐입니다. 코로나도 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환기를 해야 합니다. 창문을 엽니다. 바람이 붑니다. 차갑지 않습니다. 봄바람입니다. 부디 다가오는 봄이 눅눅하지 않은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