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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May 21. 2022

혼밥

코로나가 가져온 의외의 여유

코로나가 시작되고 확진자가 늘자 회사는 부서별로 점심 식사시간을 나누었다. 구내식당 자리도 바뀌었다. 마주하지 않도록 한쪽만 바라본 상태에서 옆 자리를 한 칸씩 띄워 앉았다. 그날 이후 점심시간은 여유로웠다. 배식을 기다리느라 길게 줄을 서지 않았고, 식판을 든 채 빈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았다. 잘 모르는 타 부서 사람과 어색하게 마주 앉아 밥을 먹지도 않았다. 한가로운 점심식사였다.


이년이 지났다. 드디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게 되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세상은 조금씩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점심시간과 식당 자리도 원래대로 바뀌었다. 배식을 기다리는 긴 줄이 있는 식당은 거대한 수증기 속에 갇혀 가쁜 숨을 몰아쉬듯 답답해 보였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적응이 안 됐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식사하는 것도.


직장에서 점심시간은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쉬기 위해 빨리 밥을 먹으려 전력을 다한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그러나 지난 이 년 동안 익숙해진 습관은 쉽사리 버릴 수 없었다. 역병의 두려움 때문에 생긴 불편한 동거 같은 여유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 여유를 이어가고 싶었다.


다음날부터 이십 분 늦게 식당에 갔다. 식당은 한가로웠다. 배식을 받고 자리에 앉으니 뻘쭘했다. 여행처럼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이면 덜 했을 것이다. 회사는 좀 달랐다. 그러나 나는 한가함을 선택했다. 빈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다른 식사 속도 때문에 동료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뻘쭘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혼자 밥을 먹듯 혼밥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치열해진다. 출발선에서 총소리를 기다리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조마조마하며 식당을 향해 뛰어간다. 그러나 나에게 점심시간은 여유로운 시간이다. 사람들이 없는 불 꺼진 사무실은 적막하다. 이십 분 후 나는 식당에 갈 것이다. 이십 분은 생각보다 길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요 며칠은 대부분 글을 썼다. 게다가 식사 전 공복은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무얼 하든 효율이 높다.


이십 분이 지나 천천히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한가롭다. 사람들의 분주함과 열기로 텁텁했던 식당은 그제야 제 숨을 쉬는 것 같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배식을 받고 한적하게 자리에 앉는다. 오물오물 천천히 점심을 먹는다. 쫓기지 않는 마음이 좋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어 좋다. 넉넉하다. 점점 혼밥의 여유로움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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