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탄수화물, 과당 끊기 D-3
수치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인다는 건 아니다.
내가 헬스 2년 차였을 때 인바디 점수가 70점이었다.
그때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며 안면을 익힌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인바디 측정하시는 거 보시고 본인도 하고 싶다고 하셔서
트레이너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우리 헬스장 인바디 측정은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주고 계신다.)
그렇게 할머니와 내가 각자 운동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할머니께서 도와줘서 고맙다, 이런 측정을 처음 해보신다고 말씀하셔서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꾸준히 측정해 보시면 변화도 볼 수 있어서 더 좋을 거예요 라는 말도 덧붙였다.
할머니께서 받으신 점수는 75점!
우와 할머니 저보다 몸이 좋으시네요!
분명.. 질투는 아닌데 시기심도 아닌데.. 허탈하긴 했던 것 같다.
사실 그 할머니는 근육이 많으셨던 것도 아니고 보통의 할머니셨다.
할머님의 생활습관이나 운동 수행 능력을 알 수 없도 나이대도 다르니 내가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운동을 2년이나 한 내 인바디 점수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실... 70점은 내가 중고등학교 때도 받아보지 못한 점수다.
내 입으로 말하자니 부끄럽지만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고,
다른 특출한 능력이 없던 나는 믿을 구성은 성실함 밖에 없던 모범생이었다.
그때부터 스트레스받을 때 과자로 보상하는 습관이 굳혔더랬지.....
학창 시절에는 괴로웠던 건 '매우잘함, 수'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몇 번째 줄에 서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내가 지난번보다 잘한 건 소용없었다. 이번 시험에 내 앞에 몇 명이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100점 만점에 70점이면 보통 아닌가.
잘함은 아니어도 보통에 만족을 하는 지금 삶이 더 좋다.
공부는 하는 만큼 늘었지만 운동은 그렇지 않았다.
매일 운동할 순 없어도 주 3일, 꾸준히 무게도 늘려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는 안 나온다.
학생 때는 할 일이 공부 밖에 없어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지금은 운동만 할 수 없으니까 점수가 낮고, 올라가는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것도 받아들인다.
나는 남편도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근력이 잘 붙지 않고, 뱃살(체지방)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내가 필요하고,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점수에 연연하지 않아야 지치지 않고 계속해나갈 수 있다.
어른이 돼서 좋은 점이 있다.
취미라는 건 내가 선택해서 할 수 있으니까.
점수, 평가, 성적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어른이 취미고, 그런 면에서 나는 취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어른이 되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건 내 마음대로 편식할 수 있으니까도 추가다.)
운동을 하면서 겸손해졌다. 해도 안 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고,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무리하지 말고(다치지 않는 것이 지상최대 과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치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다짐해 본다.
운동 3년 차. 69점에서 72점으로 올랐다.
1년에 1점씩 올리면 환갑 때는 90점이 될 수 있겠지?
꾸준히 운동해서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지금 점수보다 좋은 점수받자! 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