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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기 엄마들 파이팅

by 오로시

약을 오용(잘못, 틀린 용법으로 사용하는 것) , 남용(너무 많이,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 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아플 때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올라간다.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나타나거나

감기 초반에는 더 아프기 전에 약을 먹는다.

여행을 앞두고 생리기간을 조절할 목적으로 피임약도 먹는다.


물론 건강해서 약을 먹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플 때, 필요할 때 약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나는 첫째, 둘째, 셋째 임신 기간(10개월씩-30개월 약 2년 6개월)

모유수유(나는 각각의 아이를 1년씩 모유수유를 했으니 모유수유 기간만 3년)

그렇게 대략 6년 동안 감기약 한번 마음 놓고 먹질 못했다.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것처럼, 차라리 코를 잘라버리고 싶었을 만큼 비염이 극심했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과

누워서 가재수건으로 코가 헐도록 코를 풀어대는 것 밖에 없었다.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쓸 뿐 약을 먹지 못할 때.

참 서러웠다.


어쩌면. 내가 무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엄마가 되니 내 뱃속에 아이가 있다면, 내 젖을 먹는 아이가 있다면

약 한번 먹을 수 없는 게 엄마가 되는 과정인가 보다.

이전에는 뭐 그래 대수야 싶었던 일들도

대수로 보이게 되고,

그래서 몸을 사리게 되고

그렇게 약자가 되어가는 과정들..


이제는 조금의 증상만 느껴져도 약을 삼킨다.

초반에 이렇게 먹으면 컨디션이 나아지는 걸...

약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굳이 아픈데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니까.


참는 것이 아니라 약을 먹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게 이제 까마득하지만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이 글을 쓴다.

이 순간에도 아이를 지키느냐 약을 먹는 것을 주저하는 엄마들은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우리 엄마들 모두 그렇게 힘든 시기를 지났잖아요

아프지 마요. 아기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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