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운동할래?
사무실에 택배가 왔다. A4 2500매 2박스. 택배아저씨보다 한발 늦은 탓에 밖에 놓여 있었기에 이것들을 옮겨줘야 했다. 종이 같은 내가 동족스러운 A4 이천오백매를 들쳐 매고 옮겨야 한다니 누가 봐도 종이가 나를 옮겨야 할 상태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이런 실없는 생각은 3초쯤 하다가 바로 일을 시작했다. 허리를 사용해서 옮기는 게 분명했지만 복근에는 힘이 없기에 선택지가 없다. 운동의 필요성은 이렇게 시시각각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하지 않는 의지에 시무룩할 때쯤 전두엽이 말했다. '운동하자'
결심한 지 하루 하고도 몇 시간. 이전에 운영했지만 지금은 잠들어있는 운동 계정을 깨웠다. 천년만년 잠들어 있을 줄 알았지만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님에 감사하다. 앞으로 운동기록을 매일 담아 종이 같은 육신과 작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