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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곰웅이 Jan 12. 2023

일단 재생버튼 누르기

무슨 수를 써서든 시작하면 굴러가게 되어있다

살아생전 운동이라곤 안 해본 나. 운동과 친해질 생각도 친해질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이 나를 떠밀어오니 별 수 없지.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생애 첫 운동이라 낯설었지만 체력증가와 근육몬이라는 두 가지 염원을 이루기엔 헬스가 적격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죽기 전에 복근을 만들고 싶다


20살 때부터 복근로망이 있었지만 로망을 로망으로만 남겨둔 것은 근력이 없는 내가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입을까 걱정이 돼서였다. 생각해 보면 황당한 이유지만, 그땐 하지 않으려 온갖 이유를 생각해 냈다. 매일이 노곤하고, 무언가 해보려 해도 금방 피곤함이 몰려왔다. 만성피로를 의심하기엔 한 일이 없었고, 아무것도 안 했다기엔 과하게 피곤했다. 외출이라도 잠깐 하는 날엔 어김없이 낮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살다 간 단 한 번의 소중한 삶이 자다가 끝날 것 같아서 불안했다. 핼스장에서는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지만, 어쩐지 야생에 던져진 초식동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어캣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 사용법도 모르는 낯선 기구를 마주하는 심정이란...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면 안 하는 것 만 못하다는데..‘ 운동으로 미세한 근육이 생겼지만 피곤하고 관절이 소리치는 횟수가 늘었다. 그래서 한 달째 실천하고 있는 것은 가벼운 스트레칭이다. 10분 정도 눈뜨자마자 할 수 있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것도 시작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 그럼에도 한 달이 넘게 습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문장 덕분이다.


'일단 재생버튼을 눌러!'


항상 거대하고 거창하게만 목표를 두었던 나는 매번 실패했다. 잦은 실패는 우울감을 일으켰고, 성취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작을 해야 결과물이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 '시작'이 어려웠다. 커다란 시작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 고민을 하다 내린 결론은 잘게 부수는 거다.


무슨 수를 써서든 시작하면 굴러가게 되어있다. 루틴은 매번 안간힘을 써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 관성처럼 편안하고 당연하게 지나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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