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

by 일경

그런 기분 아세요? 어디가 가렵긴 한데 아무리 긁어도 가려운 곳을 찾을 수 없는 그런 기분? 검색하려고 네이버에 들어갔는데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갑자기 까먹어버려서 초록 창에 ‘ㅁㅁㅁㅁㅁ’라든지 ‘ㅁㄴㅇㄹㅁㄴㅇㄹ’라든지 ‘뭐더라 그거 뭐더라’라고 치게 되는 그런 기분? 막 사타구니부터 시작한 전류가 발가락 끝까지 가버려서 간질간질하는 그런 거. 복이 나가든지 말든지 덜덜덜 다리 떨게 되는 그런 거. 아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제가 요 며칠 그런 기분에 빠져있어요. 간지러워 미칠 지경이에요.


그래서 왜 그럴까 하고 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셜록 홈스처럼. 명탐정 코난처럼. 테베 최고 지성인 오이디푸스처럼. 네? 아,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단서가 나오더라고요. 첫 번째는 ‘금연’이에요. 금연을 시작한 계기는 간단했어요. 돈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건강을 챙겼나? 모르겠어요. 담배 피울 때가 더 건강했던 것 같은데. 저는 주로 박하 향이 나는 맨솔 담배를 피우곤 했었는데요. 맨솔의 시원한 느낌이 사실 미각을 갉아먹는, 그러니까 미각의 세포가 파괴되면서 나는 느낌이래요. 그 이후로는 괜히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재밌는 건, 저는 사실 민트 관련한 식품을 극! 혐! 한다는 것이에요. 민트초코, 후라보노, 박하사탕 등 이젠 맨솔 담배도 피우지 않으니 제 인생에 박하는 치약뿐이네요. 맘 같아선 어린이용 딸기 맛 치약으로 바꾸고 싶은데, 비싸서 못 바꿔요. 어린이 치약이라 그런지 값에 비해 크기가 작더라고요. 사람들은 참 이상해. 어린이용이라고 다 작게 만드는 게 어디 있느냔 말이야. 뭐라고요? 어린이용은 원래 다 작다고요? 아니 내가 칫솔까진 이해하겠는데, 치약까지 작게 만드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나만 이상해? 그럼 가격도 작아지던가.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아니면 요즘 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에 대한 물음이 저를 이 지경까지 몰아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손은 왜 두 개일까요? 눈은? 발은? 다리랑 팔은? 근데 이상한 건, 손가락 발가락은 다섯 개씩 있어요. 그리고 합쳐지면 열 개가 돼요. 손가락 발가락 다 합치면 스무 개가 돼요. 홀수였다가, 짝수였다가. 아니 진짜 이상하지 않아요? 하다못해 갈비뼈도 열두 쌍씩 스물네 개, 그러니까 짝수인데 왜 손가락 발가락만 다섯 개인 홀수냐는 거예요.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서 그럼 세 개씩 있었으면 안 됐나? 하는 생각에 독수리가 떠올랐어요. 맞네. 독수리는 발가락이 세 개구나. 그럼 한 개씩 있었으면 안 됐나? 하는 생각에 물고기가 떠올랐어요. 맞네. 물고기는 손가락이 한 개구나. 그럼 왜 손가락 발가락이 두 개씩 있는 생물은 없지? 네 개씩 있는 생물은 왜 없을까? 뱀이나 지렁이처럼 아예 없는 생물은 있으면서 왜 짝수의 손가락, 발가락을 가진 생물은 없는 것일까? 물론 짝수의 손과 발을 가진 생물은 많아요. 오징어 문어 거미 등등. 아, 사실 인간도.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손가락과 발가락’에만 의문을 두는 거예요. 홀수였다가 짝수였다가. 그러나 짝수로만은 존재할 수 없는. 홀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나는 어디에다 온점을 찍어야 하는가에 관해 결정하는 것이 이 끝없는 물음표의 종착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명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어디에서 왔는지 출처도 알 수 없는 이것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지금 이 가려움은 물음표가 가득한 세상 속에 사는 제 운명은 아닐까요? 마치 문방구 안 플라스틱 슬러시 컵에 담겨 언제 물을 갈아주는지도, 언제 사료를 먹을 수 있는지도, 언제 팔릴지도 모르는 구피의 삶처럼. 그저 썩어가는 물속에서 사는 거죠. 그리고 그 물을 먹는 거에요. 마시고 호흡하고 소변과 대변을 보고, 그것들이 섞인 물을 또 마시고, 호흡하고. 썩어가는 물에서. 나랑 구피랑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구피가 아닐까요? 그래! 저는 구피에요. 나는 구피에요! 이젠, 가렵지 않을 거예요.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요. 온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가려워요. 무엇인가가 기도에 걸린 듯하고, 다리는 떨리고 전기는 찌릿찌릿. 손가락 발가락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여요. 구피처럼 하나가 아니라서 그런가? 다 잘라버리면 될까요?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도 끝이 날까요? 아이참, 왜 인상을 찌푸리고 그러세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