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느러미로 바닥을 느낀다. 그리고 가장 많은 웃음을 지었을 때인 모래가 가득한 나의 고향을 떠올린다. 나는 미소가 번져, 그러면 이빨 사이로 공기 방울이 보글보글, 그것은 두둥실 떠올라 끝없는 하늘로 향한다. 어느 날엔 방울이 어디까지 갈까 궁금한 마음에 하늘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가 엄청나게 강한 빛줄기에 눈을 질끈 감아버린 적이 있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지랑이가 넘실넘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무지개가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환상이었다. 동시에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다. 방울의 행방 따위 궁금하지도 않을 정도로. 아름답긴 했는데 나는 왜 불쾌했던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니 자연스레 입을 벌리게 되었다. 아가미는 들쑥, 그리고 날쑥. 꼬르륵, 배가 고파오자 생각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가시지 않는 허기, 아가미는 들쑥날쑥.
벽 건너편, 둥그런 물 덩어리에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새우가 실처럼 얇은 다리로 헤엄치고 있었다. 새우는 다리가 많은 동물이었다. 나는 그저 빠르게 휘젓고 있어서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새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것은 잔상이 아니라 진짜로 다리가 많은 것이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빠르게 휘젓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말과 함께.
나는 새우의 헤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덩어리를 열심히 뱅뱅 돌고 있는 새우를 보면 바닥에 달라붙은 내 심장에 작게나마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뭐랄까,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내 눈에 생기를 돋게 해준다. 그러다 배고파지면 나는 생기마저 삼켜버린다. 삼키고 난 뒤부터의 새우의 헤엄은 그저 넋 놓고 보기 좋아서 쳐다보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저 멀리서 헤엄치는 새우는 나에게 위험을 끼치진 않으니까. 방울의 출처를 찾는 것보다 백배, 천 배 편하다.
한 새우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새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바라보았노라고 말했다. 둥그런 물 덩어리를 계속 헤엄치면서도 콩알만 한 두 눈은 그 작은 몸뚱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나를 올곧이 쳐다보고 있었더란다. 내가 셀 수 없는 새우들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도저히 새우와 나의 셈으로는 몇 바퀴를 돌았는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물 덩어리를 헤엄쳤다고 한다.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을 때 헤엄칠 수밖에 없는 물살을 억지로 이겨내 벽을 두드리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밝은 미소와 함께. 그러다 힘이 다하면 축 늘어진 채로 몇 바퀴 돌다가 다시 벽을 두드려댔다. 그걸 보면서 나는 새우들이 헤엄을 치는 건 본인의 의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헤엄치며 벽을 두드리기를 수백 번, 녀석은 입 모양과 몸짓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고,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다리에 대한 궁금증도, 원하지 않는 헤엄을 치는 이유도, 태어난 고향의 이야기도. 사실 고향 이야기는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그 작은 입에서 쉼 없이 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을 이해하기가 내 딴에는 너무나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상상에 치우쳐 녀석의 고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기존에 깨달은 것은 허기와 함께 삼키며. 새우도 모래 속에 파묻혀 본인이 헤엄치고 싶을 때만 움직이고 평소에는 얌전히 있었겠구나. 그렇다면 나는 그래도 저 친구보단 낫다. 나는 적어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그러다 감히 내 고향의 모래 촉감까지 상상하게 되어버렸는데 그때는 참으로 울적했다.
이곳의 바닥은 고향의 모래는커녕 커다란 돌덩이 같아. 아니 돌덩이보다 못해. 차라리 거칠기라도 하지. 어디 모나기라도 하지. 그저 평평하니까. 그저…
그러면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방울을 타고 올라가 사라져, 괜히 방울의 행방에 궁금증을 또 가지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오는 허기. 그 순간 이곳에 움직이는 건 아가미랑 서서히 벌리는 내 입뿐. 단지 그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배가 자주고픈 탓에 고향과 방울을 제외하고 모든 걸 삼켜버렸기 때문일까. 어느 밝은 날, 나는 헤엄치는 새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그 새우가 있었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려나. 그러나 벽 건너의 물 덩어리가 붉게 물들고 어둠이 깔리기까지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헤엄치는 게 좋았나 보다. 라는 그날의 생각도 삼킨 나였지만,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또 다른 어느 날에도 보이지 않는 녀석의 존재를 나는 더는 삼키지 못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마음, 나는 녀석이 그리웠다. 오래전, 녀석이 몸짓과 입 모양으로 열심히 설명하던 새우들의 고향을 상상해보려 노력하였지만, 그저 모래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참으로 밉고 분통이 터져 벽에 머리를 박았다. 박고, 박고, 또 박았다. 피비린내와 함께 아찔한 느낌, 빛줄기를 눈에 담았을 때의 아지랑이와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환상이요, 동시에 예전부터 느껴왔던 불쾌의 이유에 대해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아파서 그랬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울적해질지언정 고향에 있는 상상을 한다. 내 옆에는 새우 녀석이 얌전히 모래 속에 파묻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고, 거기에는 헤쳐야 할 물살도 없고, 내 지느러미도 모래에 잠겨 있고, 가슴 속 심장도 자유로이 춤추고, 공기 방울도 더는 나를 떠나지 않으며, 허기지지 않은. 그러면 나는 싱글벙글, 보글보글 방울은 하늘로, 피비린내는 더욱 진해지고 아지랑이와 무지개는 더욱 선명히 보이지만 이제는 불쾌하지 않았다. 더는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입을 벌리고 아가미를 들쑥날쑥, 가장 크게 웃어 보이자 내 눈앞에 고향이 펼쳐졌다. 내 눈 안에는 무지개가, 금빛의 모래알이, 그리고 새우가. 그래, 나는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