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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경 Sep 04. 2022

사랑은 나의 원동력

인생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결국 사랑에 있다. 사랑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를 살게 만든다. 사랑이 나를 살게 만든다는 말은 보통 사랑 덕분에 행복하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불행 역시 포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어주며 양극의 성질을 머금은 모든 것이 다 나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 사랑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나를 정의하는 것이 된다.


행복은 그렇다 치고, 불행이 어떻게 사랑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그것은 사랑하는 것을 잃었을 때 차오르는 욕구가 이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잃었을 때 극심한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랑하는 것을 다시 얻기 위한 목표를 수립한다. 이 목표는 연인과 같은 인간관계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이를테면 열정, 희열, 환희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모든 대상에도 있다. 나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서 사랑하는 것으로 나아가려면, 위에 언급한 사랑의 감정이 대상 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감정이 들어간 대상은 합리적 사고의 마비를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굳이, 기여코 해내려는 사람의 모든 행동은, 이해가 안 되는 누군가의 삶에는 사랑이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랑의 정의를 주장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이 글은 '나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왜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끝없는 질문에 관한 하나의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눈치 좋은 독자는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나를 정의(소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현재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 지에 관해 인지하는 것이다. 나는 늘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과 나이, 사는 곳을 이야기하고 나면 그 이후에 무엇을 더 언급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현재 하는 일을 나열하곤 했다. 물론 그것이 보통 사람들이 하는 자기소개 방법이긴 하지만, 그때의 나는 늘 한편으로 찝찝한 무언가를 떨쳐낼 수 없었다. 정녕, 내가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만 정의 내려져도 괜찮은가? 나 스스로 이걸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고민은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문득 하게 되었지만, 모두가 그렇듯 어려운 고민인지라 신기루처럼 빠르게 잊곤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생긴 이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요즘 내가 사랑하는 일이 나를 떠나게 되면서(내가 일을 떠난 것인지 일이 나를 떠난 것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너무나도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 상실은 결국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 번지게 되었는데 이는 점점 깊어져 결국 사는 이유가 없다면 합리적인 선택을 해도 괜찮지 않겠는가?라는 생각까지 번지게 되었다. 그러다 위험한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글을 끄적이다가 번뜩 깨닫게 된 것이다. 인생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사랑에 있구나!라는 사실을. 고로 우리 삶의 원동력인 사랑하는 무언가는 나를 설명하는, 나를 정의하는 본질적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부터 그 순간의 나를 소개할 때, 꼭 사랑하는 대상을 언급할 것이다. 없다면, 잠시 멈춰서 사랑하는 것을 찾고 있다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여담으로-

하는 일에 관한 언급을 할 때 찝찝한 무언가를 머금고 있었으면서, 이제야 그것을 잃고 나름의 '번뜩 깨달음'을 얻은 이유는 결국 사랑은 나를 떠났을 때 대상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 수 있다는 본질적 불행의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만큼, 불행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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