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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보

색깔이 뭣이 중헌디!!

by om maum Mar 13. 2025

보수와 진보. 공개적으로 다루기에 예민한 주제다. 더군다나 지금은 더욱 그렇다. 나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시국일수록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지역주의, 세대 간 갈등, 젠더 갈등, 정치적 갈등 등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갈등이 극심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거리 곳곳에는 자극적인 단어로 서로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온 사회가 피아식별에 몰두하고 있다.

"넌 무슨 색이니?"

이쯤 되면 나도 어느 한 편을 정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감히 누가 한쪽의 의견이 100% 맞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TV나 라디오 등에서 나오는 말들이 전부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너도 그렇게 알아야 한다는 착각에서 갈등은 시작된다.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 모두 자기 나름 최선의 애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인양 착각들 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중 정말 극히 일부를 보고 있는 것임을 알아차린다면 겸손해지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말이다.


학창 시절, 체육대회 때 반 대항 축구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내 세계는 학교가 전부였고, 우리 반은 한 팀이었다. 반대로 상대 반은 반드시 이겨야 할 적이었다. 우리는 작전 회의를 하고,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체육 선생님의 아쉬운 판정, 상대 반의 반칙을 떠올리며 씩씩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학교 대항전에 나가자, 우리는 학교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다. 함께 우리 학교를 응원하며 또 다른 학교를 상대로 싸워야 했다.

결국, 자신이 속한 집단의 크기는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환경과 관점에 따라, 한 개인에서 반, 학교, 지역, 나라, 더 나아가 전 세계까지 확장될 수 있다.

현재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모의 원수처럼 강하게 비방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맞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린 모두 같은 편이어야 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할 때도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까?

자신이 속해있는 작은 집단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같은 편일 수도 있는 상대를 짓밟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물며, 가족끼리도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비슷한 오랜 친구와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적으로 여기고 배척해야 할까?

명절 친척 모임에서 가벼운 정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대판 싸웠다는 일화는 흔하다.

정치색은 다를 수 있어도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스포츠팀, 취미 등은 같을 수 있지 않은가? 함께 웃으며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위해 우리가 갈라서서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으로 비방하고 배척해야 하는가?


미움과 증오를 바탕으로 한 목소리는 결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


이보다 더한 일제강점기, 6.25 전쟁, 군부독재 시절도 이겨냈고 2002년 월드컵 당시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정치색을 버리자’, ‘아무리 다른 생각도 이해해야 만한다’ ,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 ‘ 이런 현실성 없는 말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주관을 지키며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타인을 영원한 적으로 여기지 말자는 것이다.


미움과 증오를 걷어내고, 서로에 대한 존중 속에서 총성 없는 따듯한 갈등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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