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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데 왜 자꾸 끼어들어?

by om maum Feb 27. 2025

누군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자꾸 끼어들어 맥이 끊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그 사람들은 왜 자꾸 말 중간에 끼어드는 것일까? 내 말을 듣기 싫어서? 아님 의도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상대의 말에공감하면서 그 불안과 기쁨이 전이되어 상대가 충분히쏟아내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참지 못하고 자신의 말을 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자신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A가 힘들었던 경험과 감정을 끝까지 쏟아 낼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그러나 듣던 B는 자신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중간에 끼어들어 자기 얘기를 한다. C는 갑자기 A의 해결사로 등장해 다양한 해결책을 나열한다. B와 C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말을 끊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불안과 힘든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그 감정을 같이 견뎌주지 못한 것이다. A가 끝까지 쏟아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어떤 해결책이나 나의 사례로 미러링 하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을 줄수도 있다.


말의 무게감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말을 쏟아낸다.

그중에는 의식하고 잘 꾸며낸 말도 있고, 무의식 속에서 그냥 흘러나와버린 말도 있을 것이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한번 쏟아낸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말을 잘하고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의 무게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최근 MSC-T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는 동안 2박 3일간 묵언 수행을 해야했다. (16화 참고) 과정을 끝낸소감 발표를 하는데 3일만에 입을 떼려 하니 말의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 단어를 신중히 고르고, 문장을 머릿속으로 가다듬으며,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싶어졌다.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짧고도 깊은 말들이 오갔다. 말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때론 신중한 한 마디가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말의 의도


모진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거나 또 따듯한 말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말로 심장을 찌른 적도 있을 테고 온몸의 피가 따듯해지는 느낌을 주는 감동적인 말을 건넨 적도 있을 것이다. 말은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담겨 있다. 때로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언어로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 깊고도 복잡한 심해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흰 도화지에 여러 색, 다양한 모양을 가진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탈탈 쏟아내어 "자 봐봐 나는 이런 색깔과 모양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어" 라고 시각화해서 한번에 직관적으로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생각과 감정을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는 ‘말’이다.

깊고 복잡한 생각과 마음의 극히 일부를 '말'로 겨우 조금이나마 표현해 낼 뿐이다. 그렇기에 말하는 사람은 최대한 친절하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하고, 듣는 사람은 경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로 들리는 '말'에만 집중하지 말고 '말' 이면에 있는 깊고 복잡한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청


대학 시절 교직 실습 교수님께서 해주신 경청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날 교수님의 아내분이 "입을 옷이 없다"라고 투덜대셨다고 한다. 하지만 교수님이 보시기엔 옷장은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교수님은 고민 끝에 카드 한 장을 식탁 위에 두고 "쇼핑 다녀오세요"라고 했다. 저녁이 되자 아내분은 쇼핑을 하지 않았고, 대신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셨다고 한다. 교수님은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새 옷을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해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여담으로 어차피 아내분이 가정경제를 쥐고 있으니 돈을 함부로 쓰진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경청이란 단순히 말의 표면적인 의미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의도까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말속의 의도까지도 알아차리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말의 힘


갈등상황에서 상대가 옳고 맞는 말을 콕콕 집어서 한다. 분명히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 공감이 가지 않고 계속 그 맞는 말들 속에 허점은 없는지를 경청하며 꼬투리 잡고 싶어지는 삐딱한 마음이 자라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다소 부족한 말이라도 진심이 통한 말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말의 힘이 가장 강력할 때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같은 마음일 때 또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대화할 때이다. 말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은 장님무사와 같다.


말의 주도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말하는 사람은 둘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대화주제, 속도, 심지어 발언권까지도..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자기 효능감을 올려주는 장치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술 취한 아저씨들이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나이 차이가 나는 상대가 있으면 괜히 세상살이에 대해 훈수 두고 싶어 하는 정 많은 어른들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가끔 내 생각들을 공감받고 싶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해서 시간제한 없이 막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상대가 나와 같은 온도가 아니라면,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면 나에게 관심 없는 상대를 마주하는 나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대는 서로 고통의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잘 정리되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로 내 이야기들을 왜곡하고 싶지 않아서 평소에는 말을 좀 아끼는 편이다.

만약 꼭 해야 할 말이지만 말로 다 전할 자신이 없다면 글을 통해 다소 느린 방식으로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말은 신중하게, 경청은 깊이 있게. 그것이 좋은 소통의 시작이다.


말에 대한 철학이 담긴 선조들의 여러 속담을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려 한다.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하지 마라

들으면 병이요 안 들으면 약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말과 관련된 속담 링크 :

https://blog.naver.com/imillera/22261429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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