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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ONG Nov 06. 2019

네, 전 덕후입니다.

덕밍아웃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전합니다. 당당해지소서!

네, 전 덕후입니다.


업무의 특성으로 크리에이티브함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 홈페이지에는 정상 버전의 사진이 메인에 걸려있고,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면 유머러스한 컨셉 사진으로 전환된다. 아래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문장이 적혀있는데, 이 문구는 사원증에도 적힌다. 활짝 웃는 얼굴 아래 적힌 사원증 문구는 누가 봐도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나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문장이 자리 잡았다. 


처음 사원증에 적힐 문장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데스크톱 바탕화면에 있는 대장과 눈이 마주쳤고 망설이지 않고 문장을 완성했다. 그렇다. 나는 십팔 년째 대장, 박효신을 좋아하는 중이다. 내 인생 열정의 덕질은 흰색풍선이 상징인 핫한 오빠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룹이 해체하면서 나의 신경은 자연스레 ‘박가수’에게로 옮겨졌다. 그러다 가끔 어리고 잘생긴 아이돌 그룹에 한눈도 파는 중이다.


국민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로 바뀌기 전, 그러니까 은행에서 콘서트 티켓을 줄 서서 사던 시절부터 좋아한 핫한 오빠들은 나에게 한 가지를 열정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지구력을 안겨주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성시원이 했던 행동이 익숙한 건 너무나 당연하다. 온갖 공연과 공개방송을 찾아다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덕심을 다해 일하는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뭔가 거창하지만, 진심을 담은 이 말로 거치고 힘든 직장 생활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 덕심, 빠심으로 야근도 버티고 열정 넘치게 일할 수 있는 거라고! 사회에 보탬이 되어 보고자!” 


무엇에 몰두하는 일은 참 근사하다. 좋아하는 대상이 연예인이건, 다른 대상이건 상관없다. 순수하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 것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동기부여의 기회를 주니까! 그러니 나는 지금도 열심히 야근하고 있다. 대장 콘서트의 ‘올콘’을 위해! 맘에 드는 엠디와 굿즈를 돈 걱정 없이 구매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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