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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ONG Jul 23. 2020

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얼굴이 있다.


최근 시작하는 새로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참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면이 강하다. 오히려 그런 어둡고 음침함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었다. 이야기 속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이 나온다. 이렇게나 사연이 많은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불편하진 않았다. 그랬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가슴속 응어리를 나조차도 가지고 있으니 보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은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을 느끼고 싶었고,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한 형이 귀찮았고, 짜증이 났다. 반대로 겉모습은 형을 사랑하고, 온통 형 생각만 하면서 모든 이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정신병원 보호사로 산다. 진짜가 아닌 그의 가면을 알아챈 친구는 태연하게 웃는 얼굴이 조커 같다고 말하는데 남자 주인공은 뜨끔한다. 그의 모습에 나를 투영했다.


여유롭고, 웃음이 많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저 않고 뱉는 깡다구 있는 모습으로 살고 싶었던 나는 드라마 내 캐릭터를 설정하듯 스스로의 가면을 만들어냈다. 실제로는 여유 따윈 없이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조급했다. 성격은 좋아 보이려 억지로 웃은 적도 여러 번 있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상황에 하고 싶은 말이 수도 없이 목구멍 밑까지 차오르지만 주변 눈치를 보느라 쓸데없는 참을성을 발휘하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다. 어쩌다 본심을 입 밖으로 꺼낸 날이면 한참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가 있다.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가슴속 커다란 구멍은 절대 메워지지 않을 것처럼 크고 깊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감싸주고 품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물론 살을 맞대고 생활하는 가족은 누구보다 내 상처를 잘 보듬어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상처를 건드려 아프지 않도록 요리조리 잘 피할 수 있는 요령을 가진 상대일 수도 있다. 그만큼 더 큰 관심과 배려를 통해 노력해야 하지만 방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자의 평안한 삶을 위해 최적화된 가면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기만 했던 지난날을 잘 흘려보내고 앞으로 닥쳐올 시련과 고난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보호막 역할을 할 가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쓴 이 가면 말고도 앞으로 어떤 가면을 준비해야 하나 천천히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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