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중2와 대화하는 법

by 해피오미

현재 나는 영어공부방 오픈 4개월차 원장이다.


공부방을 오픈하면서, 지인의 아들이 1호 씨앗학생이 되었다.


학생은 우리 딸과 동갑인 중2 남학생.


초1에 우리딸과 같은 반에서 만나, 아이 엄마는 나의 가장 친한 언니가 되었다.

(경기도 땅에서, 둘 다 경상도인이라 사투리 팍팍 쓰면서 더 친해졌나보다.)


언니는 늘 생활의 지혜가 2% 부족한 나를 채워준다고나 할까?


배고프면 언제든지 가서 "언니 밥줘! 배고파!" 할 수 있는 그런사이.


우리집에 와서 여기 저기 잔소리하며 청소를 해주는 언니.(물론 나는 귓등으로도 안들음)


학부모로 만나 이런 사이가 되는건 참으로 행운이다.


어쨌든, 이 언니의 중2 아들이 그저께 밤 농구를 하다 안경다리를 부숴먹고 왔단다.


이 문제로 밤에 아이와 크게 다투고 난 후, 다음날도 언니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아이를 혼내고 나면 엄마들은 늘 마음이 아프다)


일단 급하니, 도수가 잘 맞지 않는 예전의 안경을 쓰고 학교를 갔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나에게 걸어서 운동할겸 안경점을 같이 가자고 해서, 공부방 수업 후 언니 집에 갔다.


요즘 핫하다는 오모리 라면을 맛나게 먹고 안경점에 갈려는 찰나.


실랑이가 시작됐다.


안경맞추러 가자는데 이 중2 아드님께서 나가기 귀찮다고 안간다고 버티시는 것.


언니: "가자~ 니가 고르고 써봐야지~"


중2아들: "엄마~오늘 너무 나가기 귀찮아요~안갈래요~"


언니: "니 안경이다이가~ 니가 뿌사묵고 왔다이가~"


중2아들: "오늘 꼭 가야돼요? 저 오늘 모처럼 게임하고 싶은데~"


한참 실랑이를 하다, 결국 그냥 우리 둘만 가기로 결정하고 나가면서 영어공부방 선생님이자, 동네 이모인 나는 중2 아드님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나: 내가 니 안경테 골라올거야. 내 취향, 내 스타일대로 골라올거니까 너 기대해라. 내가 골라오는 안경테를 너는 쓰게 될거야.


중2아들: 아, 이모. 제 안경테는 제가 쓰던것과 꼭 비슷한걸로 맞춰주세요.


나: 응~아니야~ 내가 보고 제일 신기하고 예쁜걸로 골라올거야. 불안하면 따라오든지?


중2아들: 아...나가긴 너무 귀찮아요. 정말정말 꼭 제꺼랑 비슷한걸로 맞춰주세요.


(문열고 나가면서 나 혼잣말)


나: 응...니가 아직 이모가 도라인걸 모르는구나.ㅋㅋㅋㅋㅋ


(언니 키득키득)



그렇게 언니랑 둘이 열심히 걸어서 안경점에 갔다.


언니는 부러진 안경을 설명하고 상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안경들!!!


어머나~~ 이것들이 다 무엇이야~~~


딱이네 딱이야!!!



나는 예쁘게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에 편하게 누워서 폰을 하고 계신 언니의 중2 아드님에게 톡을 보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톡을 보여주자 언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나의 장난기에 기가 막혀했다.ㅋㅋ


그리고 원래 쓰던 안경이랑 비슷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안경은 금방 완성되었다.


때론 엄마를 화나게하고, 뒷목 잡게 하는 자녀들의 말에는, 그냥 그 말들은 흘리고, 유머로 승부할 때가 더 좋을 때가 있다.ㅎㅎ


물론, 내 아이에게는 적용이 어렵고, 한다리 건넌 사이일때 훨씬 적용이 쉽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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