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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Jul 19. 2021

단골 손님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

나는 5년 넘게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프랜차이즈로 가격이 주변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곳이다. 집에서도 차로 10분정도 가야 하는 거리가 있는 곳.


굳이 내가 거리도 멀고, 조금 더 비싼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나의 단발 머리를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 더이상 구구절절 설명 하지 않아도, 늘 내가 원하는 대로 척척 잘라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미용실에 가면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다.


분명히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 머리가 나오지 않는 경험.


앞에 설명한 이유 때문에, 5년째 한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나보다 나이는 좀 더 많은 언니뻘 되시는 팀장님.


사실 5년이란 세월이 그리 짧은 세월은 아니지 않은가???


그사이 나의 딸과 함께 가기도 하고, 우리 남편과 가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간 예약을 하고 가도, 제 시각보다 20분~30분 기다리는 날들이 생기곤 했다.


이럴거면 예약을 왜 했나 싶을 정도로.


뭐, 휴대폰도 보고 기다리면 되기에 그정도는 넘길 수 있었다.


어느날은 이렇게 대기가 길어지기에, 남편과 같이 머리를 자르기로 한 날, 나는 그 디자이너에게 예약을 하고, 남편은 다른 디자이너에게 예약을 했더니, 전화가 왔다.


왜 굳이 다른 사람에게 가느냐고, 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아, 그러시냐. 그럼 그렇게 해달라.


음....역시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난 둔해서 이때까지만 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보다 먼저 알아챈건 남편이었다.


나와 같이 가지 않은 날, 그녀는 우리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뭐 이거 하나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느날 남편이 그랬다.


그 사람은 알고 있다고. 우리가 더 비싼 퍼머나 염색을 하지 않고, 늘 커트만 한다는 사실을.


아...그런것을 생각하는구나!!!


이때도 그래. 어쩔 수 없지. 우리가 그걸 안하는데 어쩌겠어. (나는 두피가 약해서 퍼머나 염색을 못한다)


그러던 중 나는 어제. 오랜만에 미용실을 혼자 갔다.


머리가 왜이리 뻣뻣하냐는 말로 시작하는 그녀.


좋은 샴푸와 린스를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장님이 직접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개발했다고 이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며, 장점을 늘어놓았다.


그렇군요. 저는 두피가 약해서 겨우 저에게 맞는 샴푸를 찾아서 쓰고 있어요.


아니에요. 이건 @#$@# 성분으로 만들어 져서 정~말 두피에도 좋아요.


(뉘예뉘예)


샴푸를 하러 갔다.


누워있는 내 얼굴 위로 손에 잔뜩 묻은 샴푸 거품을 보여주며 "향 좀 맡아 보세요! 너무 좋죠???"


(아..... 이제 그만 좀 할 수 없겠니...그래? 그럼 내가 원하는 대화 해보실래요?)


원장님이 샴푸를 직접 개발하셨다고 했죠?


네!!!!!!


와...원장님 진짜 대단하신거 같아요. 화장품류는 굉장히 제조나 유통이 까다로운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 직접 개발하셨네요? (들어는 보았나? 생산자시점???ㅋㅋㅋㅋ)


지난번에 한번 개발 하셨었는데 그건 유통문제로 접게 되어서, 이번에 다시 개발하셔서 직접 유통까지 !@#@!!@$! 


언제 출시 된거에요???


3개월전에요.


전 두피가 약해서 예전에 대학병원까지 다녔어요. 샴푸에 엄청 예민해요.


아, 이건 ph밸런스를 맞춰주고!@#!@#!@


(대학병원까지 다닌 내 두피에게 겨우 출시 3개월된 제품을 쓰란 말입니까???ㅎㅎㅎ내 두피 컨디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시죠??ㅎㅎㅎ)


결국 그녀는 머리를 드라이 하고 다 말릴때 까지도 그 샴푸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보세요. 이걸로 감으니 머리가 이렇게 부드럽잖아요. 제가 손님들 머리를 많이 만져보잖아요. 확실히 이 샴푸로 감고 난 머릿결들이 너무 좋아요.


(그럼 이제까지 수년동안 여기서 날 감긴 샴푸는 무엇인가요?ㅎㅎㅎ)


그리고 정말 거리와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년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미용실 바꿀떄가 되었나??? 오기 싫어진다.


어쩌면 돈이 안되는 손님을 떨쳐내기 위한 그녀의 전략이었을까?ㅎㅎㅎ


집에와서 생각했다.


나도 교육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영어 공부방 운영중)


단골손님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가 돈독이 올랐다는 것을 손님이 정확하게 알게 하는 것이다.


그 디자이너가 나의 두피의 컨디션을 생각하며 돕는 관점으로 접근했다면, 나는 아마 그 샴푸를 샀을 것이다.(나는 귀가 얆은 충동구매 소비요정)


그런 내가 질려버려 소비를 하지 않을 만큼 그녀는 고객의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그저 그 샴푸를 너무 너무 팔고 싶다는 것을 고객에게 들켰다.


역으로 생각해본다.


나도 영업을 하고 나를 알려야 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 나는 어떠해야할까?


하나는 정확히 알겠다.


저 디자이너처럼은 하면 안되겠구나. ㅎㅎㅎ


깨달음을 준 디자이너에게 오히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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