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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Oct 19. 2023

그때는 미안했다.

입짧은 오미

어릴적부터 나는 입이 짧았다.

편식이 심해, 뭘 잘 먹지 않았다.


덕분에 밥상머리에서 늘 혼이 났다.


내가 유치원~초등 저학년 시절,

엄마가 늦게까지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저녁을 주로 아빠, 남동생,

셋이 먹는 일이 많았는데,

매일 저녁 밥상머리에서

골고루 먹지 않고 편식한다며 혼이 났다.


정말 아빠와 밥먹기가 싫었다.


근데 그걸 아는가?


그 안좋은,

지긋지긋했던 그 시절

그 기억은, 그 느낌은

평생간다.


뭐 내가 옹졸하다해도 어쩔 수 없다.


난 내 딸에게도 종종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너네 외할아버지랑

밥먹는거 안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주위에 입짧은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고민을 들을때,

절대로 밥상머리에서 뭐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입짧아서 키 안크는 것 보다,

그 안좋은 기억이 오래 가므로.


(그래서 나는 키가 작다-_-)

+ 안좋은 기억은 덤


뭐 그 후로도 아빠와는

안좋은 에피소드가 많아서,

적당한 거리로 지낸다.



얼마전 아파트 장이 열렸는데,

아빠가 뭐라도 먹자고 해서

밖에 설치된 테이블에 둘이 앉아,

전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아빠가 말했다.


너 어릴때 내가 밥먹으면서

너를 많이 혼냈지.


어, 그랬지.

그래서 내가 아빠랑 밥먹는걸

별로 안좋아했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ㅋㅋㅋ)


그때는 다 그렇게

혼내면서 키우는줄 알고,

그랬는데 미안하네.


뭐 그땐 다 그렇게 키웠지.

근데 어쨌든 밥먹긴 싫었어.

맨날 혼나서.


(계속 말할 수 있다.ㅋㅋㅋ)



집에와서 고딩 딸에게

이 얘길 하니,


그걸 또 할아버지한테

맞아맞아 그랬냐며.ㅋㅋㅋ


왜!!! 혼난거 맞잖아!!!


늘 그렇듯이

"넌 행복한줄 알아라"로 마무리.



어제 자녀와 소통이 안되는

부모와 사춘기 자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드는 생각.


부모와 자식이란 뭘까.


키울때부터

그냥 좀 서로 만나면 기분 좋은

사이로 지내면 안될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걸까.


부모입장에서는

자식 걱정도 많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자라지 못했지만,


나는 내 자녀와

언제나 만나면 서로 기분좋은,

그런 사이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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