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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Feb 08. 2020

내 인생의 험난했던 첫 해외여행 2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왜 못오셨어요???



내가 K국 공항에 도착 했을 때, 마중 나오시기로 한 선교사님은 일이 있어 공항에 오시지 못했다. 공항 근처에 살고 계시는 다른 선교사님께서 나와 계셨다.


내가 K국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출국하던 그 날 아침, K국의 또 다른 선교사님의 가정에는 어두움이 덮쳤다. 내가 가고자 했던 도시에는 한국 선교사님들 여러가정이 모여 계셨는데, 그 중 한 가정에 생긴 일이었다.


남편 선교사님이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나간 사이, 부인 선교사님이 혼자 계신 집에 남자 두 명이 벨을 눌렀다. 서투른 한국말로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부인 선교사님은 그들의 한국말을 듣고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의심없이 문을 열었다. 남자 선교사님이 집에 왔을 때, 집은 엉망이었고, 부인 선교사님은 이미 돌아가신 후였다.


나는 나를 데리러 오신 선교사님집에서 하루를 묶고 다음날 비행기를 또 혼자 타고 그 도시로 향해야 했다.


한국에서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현재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냐고 묻는 그의 목소리는 불안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러게.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세상은 참 알 수가 없다.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 오던 날 누군가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또 혼자 말도 안통하는 현지 비행기를 2시간 타야 한다는 떨림으로,비행기에 올랐다.

Photo by Sofia Sforza on Unsplash

도착해서 내가 한 일은 장례 준비를 돕는 것, 그리고 장례식이 치뤄질 동안 그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이었지만, 아직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이들을 맑았고, 밝았다.


며칠 뒤 지역 선교사님들과 한 집에 다 모여 있던 저녁, 또 다른 한국인이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시점한국인이 또 죽었다는 것이다.


그 공포를 기억한다. 모두가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살면서 죽음을 이렇게 실제로 옆에서 겪어본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아파본 적은 있지만, 내가 이렇게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생히 그려본 적이 있던가.


마침 얼마 후 한국의 대통령이 K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K국에서 이 사건을 신경써서 다뤘고, 마침내 범인을 잡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무뎌진다. 슬픔은 남은자의 몫이었고, 또 다른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그 사건이 나에게 무슨 흔적을 남긴 지도 모른채, 나는 3주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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