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내향인이라기엔 좀 시끄럽지만
실행
신고
라이킷
23
댓글
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해피오미
Mar 06. 2024
엄마들 모임 - 반모임 10년 유지 비결
내향인의 사회생활
아이가
초등학교
를 들어가면서, 아니 어쩌면
어린이집, 유치원
에서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산후조리원
에서부터 엄마들의 이런 저런 관계나 모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는
극내향인
에 결혼후 부산에서 경기도로
옮겨온
케이스기 때문에, 결혼 후에는 많은 관계를 접할 일이 없었다.
교회를 다니긴 하지만, 일요일에는 예배만 드리고 오고, 간간히 구역예배에서 몇몇 집사님들을 만나는 정도가 다였다.
아이 유치원도 교회에 있는 선교원으로 보냈기 때문에 따로 엄마들 모임이 만들어질 일이 없었다.
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때, 소문으로만 듣던
엄마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걱정되었다.
가보니,
반에서 내가 막내였다.
초1은 반모임이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공식적으로는 매달 아이들 생일파티로 대규모 인원들이 모였고, 첫아이 엄마들이 많았던지라,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 온 사람들처럼, 평소에도 잦은 만남들을 가졌다.
하루 나가면 집에서 사흘 뻗어야 충전되는 나와는 달리, 하루도
쉬지않고 매일
여기저기
만나고
돌아다니는 언니들이 너무 신기해 "언니들은 대체 언제 쉬어요?"
물어봤었다
.
"
죽어서
쉬지, 지금 뭐하러 쉬어
!" 에너자이저 언니들의
대답이었다.
그 답을 듣고,
혀를 내두르며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1
학기를 그렇게 보내고
,
여름방학즈음
이 관계들에서
슬~발을 빼려 했지만, 나와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동질감이 생긴, 핵인싸
언니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
1학년이 끝나면서 드디어 반모임에서 탈출하게 되었다고 기뻐했을 때, 그 언니 아이와 또 같은 반이 된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2학년 모임에도
언니손에
질질 끌려 나갔다.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반모임을 가졌고, 2학년이 끝날 무렵 이 모임을 유지할 것인지, 아닌지 투표가 열렸다.
2학년 모임을 하던 시기, 동시에 유지되고 있던 1학년 모임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몇번의 시끄러운 일을 거쳐
파토가
났다.
더이상 이런 시끄러운 일을 겪고싶지 않았던
나는
,
2학년 모임 마지막날 모임 유지여부 투표가 열렸을때,
강력히 그만하자고 외쳤으나, 과반수의 찬성으로 모임은 유지가 결정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이 올해로 10년차가 되었다.
9살, 초등학교 2학년
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18살, 고2
들이 되었다.
10명으로 시작했던 모임도 이사 등으로 멤버가 추려져서
7명
이 되었다.
1학년 모임은 2년도 못가고 안좋게 깨졌는데, 2학년 모임은
만남을 유지해오면서 세월이 쌓일수록,
'이
모임 참 신기하다'
생각
하는 중이다.
우리도 몰랐다. 그때 시작한 그 모임이 10년이나 갈줄은.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왜
1학년 모임과 달리,
2학년
모임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을까?
*
반모임이 1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1.평소에 카톡 대화를 하지 않는다.
반모임이니만큼 단체 카톡방이 당연히 있다. 그런데 이 방은 조용~하다. 반모임 모일때 시간, 장소 정하거나 명절 인사 하는 정도가 다인 카톡방이다.
그냥, 평소에는 각자의 삶을 산다.
2.SNS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44살인 내가 막내고, 나만 독자적으로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하지 다른 언니들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 내가 '
브런치
'한다고 하면 '뭐 먹냐'고 할 언니들이다.
SNS상의 소통까지 굳이 신경써 살펴볼 이유가 없다.
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과하지 않다는게 중요하다. 그냥
반모임 하는 그 날 하루
, 오프로 즐겁게 만나면 된다.
3
.
분열시키는 사람이 없다.
-평소에 삼삼오오 찢어져, 따로
몰래
만나지 않는다.
'나빼고 왜 만났지?' 혹은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이런 불필요한 감정소모 할 일이 없다. 그냥 반모임 공지 올라오면 참여여부만 밝히면 된다. 그리고 가능하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로 맞춘다.
4.시샘하거나 질투하는 사람이 없다.
옛말에 '욕심있는 사람은 옆에 둬도, 질투하는 사람은 옆에 두지 말라'고 했다. 질투하는 사람은, 내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먹게 된다. 그것처럼 사람 피곤하게 하는게 없기 때문이다.
5.각자
의 매력을 인정하고, 유머로 대동단결!
7명이나 모였으니, 당연히 성격도 다르듯이 각자의
장점과 매력들
이 다르다. 반모임 할 때 이것이 뿜어져 나오며, 그 사람의 매력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같은 유머코드
를 가지고 있다. 만나면 정말 깔깔대고 웃느라 정신이 없다.
6
.말을 조심하고, 꼬아듣지 않는다.
10년정도 만났으니 많이 편해졌긴 하다. 그래도 그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무례한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해도 꼬아 듣지 않는다.
사실 모임을 하고 오면 피곤한 이유는
'내가 뭐 말실수 한게 없나?'
를 돌아봐야 하기 때문인데, 이럴 필요가 없는 모임이 나에게 맞는 좋은 모임이다.
만약 이 모임이 내가 집에와서 '내가 뭐 실수한거 없나?'를 생각해봐야 할 모임이었다면, 나는 진즉에 나왔을 것이다.
기본 에너지가 부족한 나같은 극내향인은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전 유일하게 반모임 유지를 반대했던 나는 100% 출석률로 10년째 참여중이다.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절대로 반모임 같은건 나가지 않겠다던 나였지만,
결이 맞는 사람들
과 반모임을 10년째 하고 있다.
서로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극내향인도 반모임 할 수 있다.
그러니 세상에 '절대로'라는 건 함부로 속단해서는 안된다.
한 번 안되었다고, 당연히 이번에도
안될거라
확신하면 안된다.
고립되도록 너무 인연의 문을 혼자서 꽉 닫지도 말고, 상처받도록 너무 혼자서 활짝 열지도 말자.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다 보면, 좋은
시절인연
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S:
그때 나를 붙잡고 모임에 끌고 간
핵인싸 언니는
,
지금은
나의 친언니같은 존재가 되어있다 :)
keyword
모임
인간관계
초등학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