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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Mar 07. 2024

학기초 학생 기초조사서 쓰기

선생님께 알려드리는 자녀 이야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다 3월 첫째주에 학교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가정통신문 중에 학생 기초조사서가 있다.


학생 기초조사서의 부제는 '선생님께 알려드리는 자녀 이야기'다.


우리집 고2딸도 며칠전 밤, 학생 기초조사서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하아...또 올것이 왔구나.


블로그, 브런치 글쓰는건 어차피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내맘대로 써제끼니, 하나도 안어려운데 학생 기초조사서는 학교 선생님께 제출해야 하는거니 뭔가 너무 조심스럽다.


어디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는지 선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아이가 어릴때는 어림도 없을 일이지만, 아이가 중학교 넘어가면서 부터는 의논해서 쓰기가 가능해진다.


거실에서 기초조사서 종이를 펼쳐놓고 하나 하나 딸에게 물어가며 작성을 시작한다.




*성격, 장점, 개선하고 싶은 부분을 쓰세요.


성격은 초등학교때부터 학기말 생활기록부에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던, 밝고 명랑함을 손쉽게 써내려 갔다.


장점을 또 쓰란다. 막히기 시작한다. 성격과 장점의 차이점을 모르겠네.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내가 장점이 그렇게 없어?" 물어오는 딸.


안경을 벗고 마른 얼굴 세수를 시작한다. 생각나라 생각나라, 장점이여 생각나라.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아빠에게 하나 물어보러 가야겠다며 방으로 떠났다. 그리고 이내 "착하다"라는 한가지를 얻어오며, 엄마도 어서 장점 하나 내놓으란다.


"넌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서 장점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가 어려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딸이 이 무슨 dog수작이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얼른 생각해내라 독촉한다.


뭘까 뭘까, 아 맞다!!! "너는 생활 습관이 아주 좋아!!! 이렇게 쓰면 되겠지???" 후다닥 작성한다.


우리 딸은 남편을 닮아 신생아때부터 잠이 없는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잠 많은 나는 얘를 내가 깨워본 기억이 거의 없다. 늘 얘가 먼저 일어나있다.


어릴땐 워낙 예민성향이라 징글징글하게 손 많이 가더니, 어느정도 자란 지금은 내가 쟤 손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자녀의 학업과 관련된 결정은 주로 어떤 분이 내리나요?


1.아버지 2.어머니 3.형제자매 4.기타(친구, 선생님 등) 해당자:


딸에게 "나냐? 아빠냐?" 물었다.


"엄마, 아빠는 날 공부로 들볶지 않지. 난 내가 결정하는데?"


"맞아. 그럼 너네. 기타에 본인이라고 쓸께."


결정권을 왜 들볶는걸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마음속으로는 (어릴때 좀 들볶을걸 그랬나?) 혼자 되뇌어본다.




*자녀의 평소 학업에 대해 어느 정도로 지도하는 편인가요?


위에 본인이라 썼으니, 당연히 이것도 '본인이 알아서 하게 자유롭게 두는 편이다. '에 체크를 한다.


기타에 (똥꼬집이 있어서 말을 안들어요)라고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안경 한 세번 벗고, 마른 얼굴 세수 세 번 하며, 머리를 한 두어번 쥐어 뜯으니 작성이 끝났다.


애 하나니, 한 번에 끝났는데, 둘 셋이신 분들은 작성에 머리좀 아프시겠다.


나만 머리 아픈것인가?


작성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다 쓸 수가 없으니, 더 나은 표현을 찾아 돌려써야해서, 신경이 좀 쓰인다는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아무튼 학기초는 학부모들도 이렇게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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