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할 때에도, 어떤 마음은 사랑한다는 말에 미처 담기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마음 속깊은 사정임에도, 그 어렵사리 꺼낸 말에조차 담기지 못하고 남은 마음이 있어 나는 답답 했습니다. 초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 속 애정의 속상함을 핀잔으로, 잔소리로 당신에게 나타내고 말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상하죠? 나도 어찌 전달할 방법을 알지 못하는 속내를 당신이 알아차리길 바라고, 사랑한다는 말로도 다 못 전하는 애정이 있으니 이해해줬으면 했다는거 말이에요.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하는 가장 나중된 표현이 사랑인줄 알았는데, 되려 사랑한다고 하고 나니 그 뒤로 더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애정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걸 담아두는게 조금 힘들었어요.
다만 얼마전 당신에게 그 중 하나를 전달하게 된 일은 내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스름한 달빛 아래 강둑길에서 맞잡은 서로의 손을 앞뒤로 흔들며 걷고 있었고, 내가 당신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막 따라부르려 할 때 였습니다.
갑자기 당신이 나를 쳐다보았어요. 머리카락은 강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고, 당신의 뒤에는 느린 강물이 달빛을 당신에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당신이 나를 보고 생긋 웃는 그 모습에 나는 또 눈물나게 반해버리고만 것입니다.
그 때는 무어라 감히 사랑한다 입을 떼지도 못하고 같이 미소지을 뿐이었지만, 그 순간에 나는 남은 것 없이 당신을 향한 마음 모두를 전한 것 같았습니다.
그 한 순간.
기대하지 못한 정말 짧은 그 한 순간이 내 모든 마음을 전하는 뜻밖의 기회였다는 것입니다.
마음 전부를 전하는 것은 찰나에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같은 순간에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이 언제 또다시 주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 또 우리 놓치지 않고 서로 듬뿍 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