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5월 20일.
2주 만에 출근이란걸 했다. 우리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분석하는 작은 자회사였고, 나는 다른 기업의 공시정보로 경영전략의 변화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정보는 모회사인 한 증권사로 거래됐다.
애초에 우리는 이사나 부장같은 계급 표현을 지양했다. 나를 포함해 임원과 다른 직원들 대부분이 30대이기도 했고, 자유롭고 친근한 분위기가 생산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2주만의 출근은 그런 분위기가 허용한 자유는 아니었다.
내게 누구도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았다.
이유는 알고 있다. 임원의 제명결의가 있을것이다. 모회사의 출자에 다른 사원과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나는 내 회사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또 2주를 집에 틀여박혔다. 이 후에도 소송으로 다툴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이제는 소 제기가 가능한 기간도 지나 모든 결정이 굳어졌다.
그 일로1년 쯤 후, 회사는 상호를 변경했고, 함께 창업에 나섰던 지인 중 몇은 지분을 소각하고 모회사로 거처를 옮겼다. 나는 경영전략을 분석한다면서 모회사가 이럴줄은 몰랐던거지. 바보였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곳이 그 모회사이기 때문이었으려나.
혹여나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나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고, 완전히 잊었다 여겼다.
다만, 요즘 마음이 약해질때면 친하게 지내던 임직원 몇몇이 나를 보던 마지막 날의 그 눈빛이 떠오른다. 그 때는 조금 서운했던것 같기도 한데, 뭐, 그래도 그럴 수도 있지. 그 일은 그럴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당신이 나를 떠난다는 것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지 못하고, 짐짓 망했던 과거의 기억까지 원망스러워져 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수 있나 하고.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당신이 나를 떠나지는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당신으로 보상받았던 그 과거가, 원망스러운 기억이 되는 반전이 이토록 한 순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었던 내 방심으로, 다시 발생한 이 진동은 과거의 그 때보다 더 하다.